대승입제불경계지광명장엄경(大乘入諸佛境界智光明莊嚴經)-1
서천(西天) 역경(譯經)삼장 조산대부(朝散大夫) 시광록경(試光祿卿) 전범(傳梵)대사 사자(賜紫)사문 신 법호(法護) 등 한역
대승입제불경계지광명장엄경 제1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왕사성(王舍城) 취봉산(鷲峰山) 반월묘봉(半月妙峰) 법계전(法界殿)에서 큰 필추(苾芻:比丘) 2만 5천 인과 함께 계셨으니, 그들은 다 아라한(阿羅漢)으로서 모든 번뇌가 다하여 모든 번뇌를 떠났으며, 마음이 잘 해탈하였고, 슬기도 잘 해탈하여 큰 용왕과 같았으며, 모든 할 일을 다 닦아 마치고 무거운 짐을 버리고 제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유결(有結)을 없애어 마음 지혜가 해탈하고 모든 마음이 자재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렀으니,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 등 열여덟 대성문(大聲聞)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또 720만 구지(俱胝) 나유다(那庾多) 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그들 이름은 묘길살(妙吉祥) 동진(童眞) 보살마하살ㆍ재길상(財吉祥) 보살마하살ㆍ각길상(覺吉祥) 보살마하살ㆍ약왕(藥王) 보살마하살ㆍ약상(藥上) 보살마하살 등이었다.
이들은 다 불퇴전(不退轉)의 법륜을 잘 굴렸고, 다 보적방광정법(寶積方廣正法)에 대해 잘 물었으며, 법운지(法雲地)에 머물면서 그 슬기가높고 넓어 마치 수미산(須彌山)과 같았다. 모든 법의 공함과 모양 없음과 소원 없음과 남이 없음과 일어남이 없음과 성품이 없음과 밝게 비춤의 광대함과 매우 깊은 법의 이치와 좋은 위의의 도를 잘 관찰하였다. 그리고 이 보살들은 다 각각 세계의 백천 구지 나유다의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보내서 여기 왔으니, 다 온갖 신통의 일을 내고 모든 법의 청정한 자성에 안주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생각하셨다.
‘이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다 큰 위덕을 갖추고 법을 구하기 위해 긍가(殑伽)의 모래 수같이 많고 큰 위덕의 세계로부터 바람처럼 빠르게 여기 모여 왔다. 나는 지금 저들을 위해 광대한 정법(正法)을 설명하러나, 혹은 광명의 상을 나타내어 크게 비쳐 주리라. 그리고 다시 저 모든 보살마하살들로 하여금 이 회중에서 내 설법을 듣고 그 뜻을 묻게 하리라.’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곧 광명을 놓아 시방의 불가사의한 미진(微塵) 같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시니, 곧 시방의 각 방위에 있는 10불찰에서 불가사의한 미진의 수와 같은 백천 구지 나유다 보살마하살 무리들이 그 모임에 모여 왔다. 그 보살들은 각각 보살이 가진 불가사의한 신통을 나타내어 부처님 모임에 와서는 각각 불가사의한 묘한 빛깔 공양으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각각 제 원력으로 생긴 연꽃 자리에서 세존을 우러러 바라보았다.
이 때 법계전에서 저절로 나타난 큰 보배 연화장(蓮花藏) 사자좌(師子座)는 가로세로가 서로 같았는데, 아승기(阿僧祇) 구지 유순(由旬)에 차례로 높이 나타났으며, 모두 갖가지 빛나는 마니 보배[摩尼寶]로 이루어졌다. 즉 번갯불 마니 보배로 그 계도(界道)가 되었고, 불가사의한 광명 마니 보배로 연꽃 줄기가 되었으며, 비유할 수 없는 마니 보배로 장식이 되었고, 비유를 초월한 광명 마니 보배로 특수하고 묘한 화환이 되었으며, 자재왕(自在王) 마니 보배 그물로 그 위를 덮었고, 갖가지 광명 마니 보배와 일산과 보배 당기[寶幢]와 보배 번기[寶幡]를 세웠다. 그리고 그큰 마니 보배 연화장 사자좌 위에 10아승기 백천 구지 나유다 광명을 두루 나타내니, 그 광명은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이 때 시방의 각 방위에 있는 10불찰의 불가설 미진수 같은 백천 구지 나유다의 하늘ㆍ용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와 제석(帝釋)ㆍ범왕(梵王)ㆍ호세천(護世天) 등이 다 모였다.
이 중의 어떤 곳에서는 보배 누각에서 불가사의한 백천 구지 나유다 천녀들이 묘한 음악을 연주하였다. 즉 어떤 곳은 묘한 꽃으로 된 누각이요, 어떤 곳은 용견전단향(龍堅栴檀香)으로 된 누각이며, 어떤 곳은 진주로 된 누각이요, 어떤 곳은 대금강 보배로 된 누각이며, 어떤 곳은 금강 광명 마니 보배로 된 누각이요, 어떤 곳은 혼금(渾金)1)으로 된 누각이며, 어떤 곳은 일체 광명이 모인 마니 보배로 된 누각이요, 어떤 곳은 자재왕 마니 보배로 된 누각이며, 어떤 곳은 여의 보배로 된 누각이며, 어떤 곳은 제청(帝靑) 마니 보배로 된 누각이요, 어떤 곳은 큰 바다 속의 청정하고 장엄한 보편광명(普徧光明)의 대마니 보배로 된 누각인데, 다 아승기 불가사의한 백천 구지 나유다 천녀들이 묘한 음악을 연주하면서 허공을 타고 왔다.
그들은 부처님께 와서는 다 불가사의하고 견줄 데 없이 많은 분량의 온갖 오묘한 공양을 부처님께 공양하고 각기 스스로의 원력으로 생긴 자리에서 세존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그 때 삼천대천세계는 다 연부단금(閻浮檀金)의 특수하고 묘한 색상이 되었고, 갖가지 마니 보배로 장엄한 나무와 묘한 옷의 나무와 용견전단향 나무들을 스스로 나타내었고, 묘한 보배로 된 번갯불 빛 마니 보배 그물을 드리워 그 위를 덮었으며, 보배 일산과 보배 당기와 보배 번기를 세웠다. 그 나무들 사이에는 다 아승기 백천 나유다 천녀들이 반신(半身)의 진주 영락을 들었고, 혹은 마니 보배의 화환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 여섯 마니 보배 연화장 사자좌 안에서 소리가 저절로 나와 가타(伽陀:게송)를 말하였다.
사람 가운데의 왕이 와서 이 자리에 앉나니
본래 그 복의 힘으로 쫓아 나온 것으로
모든 소원을 두루 다 원만히 이루게 하나니
훌륭하신 이족존(二足尊)께서 섭수(攝受)해 주시기 원하네.
이 내 몸과 형상은 보배로 이루어진 것인데
그 가운데의 한 가지 보배는 연화좌이며
그 즐기는 바를 따르는 사람 가운데의 어르신[人中尊]은
모든 소원을 채워 주어 세상을 구제하시는 이다.
지금 보배로 이루어지는 이 연화좌는
이 세간에서 가장 뛰어나고 묘한 것이니
구지의 무리들을 위해 법문을 연설하시어
듣는 자들로 하여금 모두 이 자리를 얻게 하시네.
당신 몸에서 천 가지의 광명 모양 나타내시어
이 모든 세간을 두루두루 밝게 비추실 때
나는 그 현상을 보고 큰 기쁨이 생기나니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지금 이 자리에 나아가소서.
이 자리에 앉으셔서는 여기에 모여 있는
여덟 구지 수의 저희 대중을 섭수해 주소서.
지금 자연의 지혜를 가지신 모니존(牟尼尊)께서는
이 자리에 올라 모든 중생을 두루 거두어 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본래 자리에서 일어나 곧 보련화장(寶蓮花藏) 사자좌 위에서 가부(加趺)하고 앉으시어 일체 보살과 인간과 천상의 대중들을 두루 관찰하셨으니, 그것은 모든 보살들을 위해 최상의 묘한 법을 연설하시기 위해서였다.
그 때 일체 큰 보살은 다 이렇게 생각했다.
‘만일 우리가, 지금 묘길상 동진 보살이 여래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께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매우 깊은 바른 법을 묻는 것을 듣는다면, 이것은 매우 경사스럽고 다행한 일이다.’
그 때 묘길상 동진 보살은 먼저 회중에 있었는데 모든 보살마하살들의 마음속을 알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말씀과 같이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면 이것은 세존께 합당합니다. 어떤 법이 증어(增語)입니까?”
그리고 곧 가타로 여쭈었다.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는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이십니다.
큰 슬기의 모양은 어떠하온지
지금 여기에서 연설하소서.
만일 법이 생멸하지 않으면
볼 수도 없고 인(因)도 없을 것인데
부처님 큰 모니존께서는
어째서 그런 말씀 하시옵니까?
이 시방의 보살들은
부처님께서 짐짓 보내어 와서
큰 지혜의 법문을 구합니다.
원하오니 바른 법을 연설하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묘길살 동진 보살마하살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묘길상이여. 그대는 지금 여래에게 그런 이치를 잘 묻는구나. 그대가 지금 생각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이익을 짓고 세간을 가엾이 여겨 그들로 하여금 수행하여 안락을 두루 얻고, 다시 모든 천인들을 이롭고 즐겁게 하려는 것이다. 지금 여기 대보살마하살들은 부처 자리를 구하기 위해 두려워하지 않고 여기서 하는 일에도 또한 두려움이 없으며, 또 놀람도 없는 것이다.
묘길상이여, 저들은 다 진실한 지혜에 포섭되어 있으므로 여래는 지금 이런 법을 말하나니, 이른바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것이다. 묘길상이여, 생멸하지 않는다는 것이 곧 여래의 증어(增語)이다. 비유하면 폐유리보(吠瑠璃寶)로 된 대지의 모양과 같다. 저것으로 이루어진 대지 가운데 도리천(忉利天)의 제석천주(帝釋天主)가 사는 곳에 대광승전(大廣勝殿)이 있는데, 천주가 항상 거기에 살면서 천상의 5욕(欲)의 훌륭하고 묘한 쾌락을 누리며 마음대로 장난한다. 저 하늘 대중들이 저 염부제(閻浮提)에 있는 남자나 여자나 동남동녀 등 모든 사람들을 불러 말한다.
‘잘 오셨소. 당신들은 우선 제석천주의 이 대광승전을 보시오. 천주는 여기서 훌륭하고 묘한 쾌락을 누리고 계시오. 당신들은 여기 와서 널리 보시를 행하여 복된 일을 짓고 계행을 모아 쌓으시오. 당신들은 알아야 하오. 지금 이 제석천주가 거처하는 이 대광승전은 신통을 구족하고 있으니, 당신들은 부디 복된 일을 지어야 하오. 그리하여 소원하기를 그 과보를 얻어 저 천주처럼 천궁에 편히 살면서 훌륭하고 묘한 쾌락을 누리도록 하시오.’
이 때 염부제의 남자와 여자와 동남동녀 등 모든 사람들은 이 폐유리보로 된 대지에 있는 제석천주의 대광승전을 보고는 합장하고 향과 꽃을 가지고 공중을 향해 던져 흩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우리도 장차 이런 상(相)을 얻고 저 제석천주처럼 광승전에서 훌륭하고 묘한 쾌락을 누리면서 마음대로 놀아지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다 그 영상이 유리의 대지를 마주해 나타난 것으로서 도리천에 있는 제석천주의 대광승전이 청정하게 이루어진 것은 마치 영상과 같은 것인 줄을 몰랐던 것이다.
묘길상이여, 저 제석천주는 보시를 널리 행함으로써 복의 일을 짓고 계행을 쌓고 모든 과거의 선근의 힘이 널리 성숙했기 때문에 저 천상의 훌륭하고 묘한 궁전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묘길상이여, 저 폐유리의 대지는 본래 있는 것이 아니요, 도리천과 저 제석천주가 사는 대광승전도 본래 있던 것이 아니며, 그것은 다 청정이 이룬 영상이 나타난 것으로서 항상 있지마는 실은 생길 것도 아니요, 또 멸하지도 않는 것이다.
묘길상이여, 일체 중생도 이와 같아서 청정한 마음으로 여실히 관찰하면 여래께서 곧 앞에 몸을 나타내시며, 다시 여래의 위신력으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여래를 보게 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본래 진실하지 않아 생기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성품이 없으면서 성품이 없는 것도 아니며, 보임이 없고 보임이 없는 것도 아니며, 세간도 아니요 세간이 아닌 것도 아니며, 형상도 없고 형상이 없는 것도 아니니라.
묘길상이여, 일체 중생들은 다만 여래께서 상대방의 근기에 따라 나타내시는 영상만을 반연[緣]으로 삼아 향과 꽃과 옷과 묘한 보배를 흩어 던져 공양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원컨대 나는 장차 훌륭하고 묘한 과보를 얻어 저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과 같이 되어지이다.’
저 모든 중생들은 부처의 지혜를 구하기 때문에 보시를 널리 행해 복의 일을 짓고 계행을 쌓고 모아 회향하는 소원으로 장차 여래의 지혜를 얻을 것이다.
또 묘길상이여, 저 폐유리보로 된 대지에 제석천주가 나타난 영상과 같다. 즉 그것은 움직임이 없고 받아들임이 없으며 실없는 말이 없다. 분별이 없으면서 분별을 떠나지 않고, 헤아림이 없으면서 헤아림을 떠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아니하면서 생각한다. 고요하고 청량하며 남도 없고 멸함도 없다. 봄도 없고 들음도 없으며, 냄새 맡음도 없고 맛봄도 없으며, 감촉도 없고 생각도 없으며, 시설도 없고 나타냄도 없느니라.
묘길상이여,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도 그와 같아서 움직임이 없고 받아들임이 없으며 실없는 말이 없다. 분별이 없으면서 분별을 떠나지 않고, 헤아림이 없으면서 헤아림을 떠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아니하면서 생각한다. 고요하고 청량하며, 생김도 없고 멸함도 없다. 봄도 없고 들음도 없으며, 냄새 맡음도 없고 맛봄도 없으며, 감촉도 없고 생각도 없으며, 시설도 없고 나타냄도 없다.
이와 같이 여래께서 온갖 취향(趣向)에 따라 모든 곳에서 상대방의 근기에 따라 나타내시는 것은 영상과 같나니, 모든 중생들의 신해(信解)의 차별을 따라 모든 색상과 수명의 분한(分限)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신해의 힘을 성숙시키기 위해서이다. 이 보리의 그릇된 저 중생은 곧 상대방의 근기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니, 그 좋아함을 따르고 그 신해를 따라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법요(法要)를 듣고는 그 즐기는 대로 3승(乘)을 알고 그 즐기는 대로 다 해탈하게 하느니라.
묘길상이여, 또 저 도리천의 제석천주와 같다. 즉 그는 복의 힘을 성취했기 때문에 큰 법고(法鼓)가 있어서 묘한 법음(法音)을 내면서 저 허공의 광대하고 훌륭한 궁전에 사는데, 그 모든 천자들의 시력이 가는 데까지 바라보아도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다.
묘길상이여, 저 큰 법고(法鼓)는 혹 도리천의 모든 천자들이 유희에 빠지고 5욕을 즐기면서 방일한 마음으로 선법당(善法堂)에 들어가 법음에 노래하기를 즐기지 않거나, 혹은 때로 제석천주가 5욕으로 즐겨 방일하면서 법좌에 앉아 대중을 위해 설법하지 않으면, 그 크기가 시력이 미치지 않을 만큼 큰 법고는 허공에서 스스로 소리를 내어 모든 천자들을 깨우쳐 준다.
‘여러분,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 등은 다 무상(無常)한 법이니, 당신들은 지금 방일하지 말고 이 궁전을 빨리 잃지 말도록 하십시오. 모든 행은 다 고통이요, 모든 행은 다 공이며, 모든 법에는 나[我]가 없습니다. 부디 방일하지 마십시오. 이 고통 무더기가 멸하면 다른 세계에 가서 다시 납니다. 여러분은 부디 부지런히 정법을 노래하고 법의 동산에서 유희하면서 법의 진실을 구하고 바른 법을 즐기시오. 그리하여 바른 법 가운데서 생각을 따라 결심하면 이 천상의 5욕의 즐거움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묘길상이여, 저 큰 법고는 분별도 없고 분별을 떠남도 없으며, 눈의 경계를 초월하고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언어의 길을 뛰어넘고 마음[心]과 뜻[意]과 알음알이[識]를 떠난 것이다. 그 큰 법고가 내는 법음(法音)은 저 하늘 대중으로 하여금 항상 듣고 깨달아 정신이 놀라고 어지럽게 하면, 그들은 곧 선법당으로 들어가 정법을 노래하고 법의 동산에 유희하면서 법의 진실을 구하고 정법을 좋아하여 정법 가운데서 생각을 따라 결심하여 천상에서 죽어서는 보다 좋은 곳에서 생을 받느니라.
또 저 제석천주는 선법당에 들어가 법좌에 앉아서는 모든 하늘 대중들을 위해 법요를 연설한다. 만일 그 때 아수라(阿修羅)들과 싸우다가 혹 하늘 대중들이 지면 저 큰 법고는 스스로 소리를 내어 아수라들은 두려워하고 당황하여 다 달아나느니라. 그러나 묘길상이여, 그 법고는 나라는 생각도 없이 아무 말 없이 스스로 사라지느니라.
큰 법고란 바라봄도 없이 진실에 머물면서 마음도 없고 생각도 없고, 모양도 없고 빛깔도 없으며, 성품도 없고 또한 둘도 없으며, 눈의 경계를 초월한 것이다. 묘길상이여, 저 도리천의 모든 천자들의 과거의 선의 업보로 큰 법고가 있어서 묘한 법음을 내어 저 하늘 대중들의 일체의 요란과 수번뇌(隨煩惱) 등을 다 고요히 그치게 한다. 저 큰 법고는 항상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이 없고 생각도 없으며, 모양도 없고 빛깔도 없으며, 소리도 없고 성품도 없으며, 또한 둘도 없는 것이다.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도 그와 같아서 봄도 없고 관찰함도 없으면서 그러나 항상 있다. 그리고 나라는 상이 없고 마음이 없으며, 생각[思]도 없고 상(相)도 없으며, 빛깔도 없고 소리도 없으며, 성품도 없고 눈의 경계를 초월하였다. 다만 중생들의 과거의 선의 업보(業報)를 따르고 그 신해를 따라 법음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법음을 듣고 깨치게 하기 때문에 모든 중생들의 일체의 요란과 수번뇌 등을 다 고요히 그치게 하느니라.
저 법음의 소리는, 곧 여래의 음성임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묘길상이여, 이 법음의 소리는 실제가 없는 것이다. 여래께서는 다만 일체 세간을 위해 방편으로 시설하여 모든 중생들의 과거의 선의 업보를 따라 법음의 소리를 내시는 것이며, 저 중생들의 각각의 의욕을 따라 이해하게 하여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다 안락을 얻게 하시고, 모든 방일한 자들을 다 깨우쳐 주시는 것이다.
묘길상이여, 일체 중생들은 그 법음을 듣고는 다 장차 여래의 신상 얻기를 원하고, 저 새로 발심한 보살 및 우부(愚夫)와 이생(異生:범부)들은 다만 여래의 선법의 출생만이 반연이 되어 그들은 다 여래의 법음을 듣게 되었다. 묘길상이여,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말씀하신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매우 깊은 법의 이치를 이와 같이 알아야 하느니라.”
대승입제불경계지광명장엄경 제2권
“또 묘길상이여, 비유하면 더운 여름이 늦어지고 초생달 경치가 비로소 올 때와 같다. 즉 모든 중생들이 과거의 업보(業報)로 이 대지의 모든 종자와 벼와 약초와 수림들이 다 자랄 때 허공에서 큰 바람이 불어 홍수가 쏟아진다. 이 때 대지가 다 흠뻑 젖으면 염부제의 모든 사람들은 다 그 현상을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그 마음이 가뿐해져 이 세간에는 큰 구름이 일어난 것이라 생각한다.
묘길상이여, 이 공중에 큰 물더미[水蘊]가 있어서 대지에 쏟아지면 이 때 염부제의 모든 사람들은 다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이 대지에 큰물이 쏟아진다. 이것이 어찌 큰 구름이 일어난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다 또 이렇게 말한다.
‘기이하구나. 큰 구름이 큰물을 쏟아 대지에 충만하다.’
묘길상이여, 그런데 그 큰물은 구름이 낸 것도 아니며, 구름이 시설한 것도 아니다. 다만 큰 바람이 불어 때렸기 때문에 큰물이 대지에 충만했을 뿐이다. 즉, 저 물더미[水蘊]는 중생들의 과거의 업보의 힘으로 때를 따라 없어지는 것으로 바람에 포섭되고 바람에 의해 흩어지는 것이다. 구름이 물을 쏟는 것과 같이, 묘길상이여, 다만 중생들의 과거의 업보의힘 때문에 공중에서 큰물이 쏟아질 뿐이요, 그것은 구름의 소유도 아니며, 구름의 시설도 아니다. 구름은 생김이 없고 마음을 쫓아 들어가는 것도 아니어서 오고 감을 떠난 것이다.
저 선근이 성숙한 모든 보살마하살 및 성문ㆍ연각과 모든 이생(異生:범부)들도 그와 같나니, 이른바 저들이 그 지혜의 즐김을 따라 훌륭한 행을 쌓아 모으고 선근을 심기 때문에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세간에 나와 저 중생들을 위해 열반의 길을 보이시되, 그 나타남에 걸림이 없으시다. 여래께서 천상과 인간에서 하시는 말씀과 건립하는 문자는 다 다름이 없는 것이다.
묘길상이여, 알아야 한다. 여래께서 천상과 인간에서 내시는 음성은 그 실(實)이 없고 전연 소유가 없다. 묘길상이여, 여래는 상(相)이 없고 모든 상을 떠났기 때문에 장소가 없으면서 장소를 떠나지 않으며, 이루어진 실이 없고 생멸이 없다. 여래께서는 모든 천상과 인간 세간을 위해 그 근기를 따라 나타나 정법을 자세히 연설하여 다 충족시키신다. 그런데 저 새로 발심한 보살과 어리석은 이생들로서 과거의 선업의 과보로 열반법의 교화를 받는 자들은 여래의 대현(對賢) 있음을 보지 못하고 다 여래께서 큰 열반에 드셨다 한다.
묘길상이여, 여래는 나거나 죽거나 다 소유가 없나니, 부처님 여래께서는 생멸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은 본래 고요하다. 여래께서 실이 없는 것은 저 큰물이 반연이 없고 구름도 실이 없는 것과 같아서 생멸이 없나니, 구름이 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간에 거짓 시설이 있는 것이다.
여래의 모든 설법의 반연하는 바도 그와 같아서 그 실이 없고 불생불멸이 본래 그런 것이다.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이 생김이 없는 법에서 저 세간을 위하여 임시로 이름을 붙이셨다.
묘길상이여, 또 대범천왕(大梵天王)과 같다. 즉 그는 훌륭한 중에서 가장 훌륭한 이로서 10삼천대천세계와 백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서 자재 함을 얻고, 날마다 일체 천중을 관찰하여 밑으로 사대왕천(四大王天)에 이르러 이에 그 끝이 된다. 그 대범천왕이 모든 하늘을 항상 두루 관찰하기 때문에 저 일체모든 천자들은 각기 천상에서 5욕을 즐긴 뒤에는 북 치고 노래하다가 그것을 그치고는 모든 쾌락의 일을 버리고 각각 합장하여 존중하고 공경하며 범왕을 우러러 바라보면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는 것이다. 모든 천자들은 각각 대범천왕이 세간에 나와 선근을 성숙시키기를 원한다. 이 때 대범천왕은 잠깐 사이에 곧 나타난다.
만일 이 대범천왕이 하늘의 과보가 멸한 때에는 다른 대범천왕이 궁전을 세우고, 10이나 백의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서 과거의 원력으로 자재를 얻으며, 또 저 모든 천자들도 과거의 선근이 성숙했기 때문에 저 대범천왕이 날마다 일체 천자들을 관찰하고, 나아가 대범천왕이 잠깐 사이에 곧 나타남을 감응하게 되는 것이다.
묘길상이여, 그러나 저 대범천왕은 전연 소유가 없고 처소가 없으며, 움직임이 없고 다 공해 실이 없으며, 문자가 없고 음성이 없으며, 말이 없고 성품이 없으며, 생각이 없고 모양이 없으며,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떠나고,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다. 그러면서 저 모든 천자들을 위해 그 근기를 따라 대현(對現)하는 것이니, 그것은 대범천왕의 숙세의 선근과 원력이 건립한 것이기 때문이요, 모든 천자들이 과거의 선근이 성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천자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 대범천왕은 여러 곳에 화현(化現)하여 허공에서 자재하지마는 그것은 실이 없고 문자가 없으며, 음성이 없고 말이 없으며, 성품이 없고 모양이 없으며, 사유한 것이 아니요,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떠나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는 것이다.’
묘길상이여,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도 그와 같아서 공에서 자재하면서 실이 없고 문자가 없으며, 음성이 없고 말이 없으며, 성품이 없고 모양이 없으며, 사유한 것이 아니요,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가 없으며,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는 것이니,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다만 과거의 보살행과 원력 등으로 건립하신 것이기 때문이며, 또 저 새로 발심한 보살 및 일체 성문ㆍ연각과 모든 우치한 이생 등의 과거의 선근이 성숙되어 건립했기 때문이다.
여래께서는 이에 백천 가지 모양으로 장엄하고 세간에 나오셨지마는 그것은 다 영상과 같아서 장소가 없고 움직임이 없으며, 또한 새로 발심한 보살도 없고, 일체 성문ㆍ연각과 우치한 범부도 없으며, 또한 여래께서 공에서 자재함도 없으시며, 실이 없고 문자가 없으며, 음성이 없고 말이 없으며, 성품이 없고 모양이 없으며, 사유한 것이 아니요,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떠났으며,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는 것이니, 묘길상이여, 모든 법이 공이기 때문이니라.
여래의 몸 모양은 백천 가지 모양으로 장엄하여 여래의 모든 위의의 도를 나타내고, 모든 법의 작용을 시설하여 모든 중생들의 갖가지 신해(信解)를 따라 광대한 법을 연설하신다. 그 설법은 모든 중생들의 일체 요란과 수번뇌(隨煩惱) 등을 다 고요히 그치게 하며, 여래께서는 모든 곳에 평등하시고 평등한 버림[捨]에 머무시며, 모든 의혹을 떠나시고, 또한 차별이 없으시다. 묘길상이여, 알아야 한다. 이런 인연으로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으니, 이것은 다 여래의 방편인 증어(增語)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가타(伽陀)로 말씀하셨다.
여래의 생함이 없는 법은 본래 떳떳한 것으로
일체의 법은 모두 선서(善逝)와 평등하다.
집착하는 생각이 있으면 그것은 어리석음이니
진실한 법을 이 세상에 굴린 일 없네.
여래께서 이루신 바는 다 영상과 같으며
일체의 좋은 법은 모두 무루(無漏)이다.
일체는 모두 부처의 진여(眞如)를 두루했나니
그러므로 세 가지 영상이 세간에 나타났네.
“또 묘길상이여, 저 햇빛이 염부제를 두루 비추는 것과 같다. 즉 동방에서 나와서는 먼저 수미산왕을 비추고, 다음에는 철위산(鐵圍山)과 대철위산(大鐵圍山)을 비추며, 다음에는 다른 여러 큰 산을 비추고, 다음에는 흑산(黑山)2)을 비추고, 다음에는 모든 높이 솟은 산을 비추며, 다음에 일체의 이 염부제의 낮은 지방을 비춘다. 그러나 그 햇빛은 다 분별이 없으면서 분별을 떠나지 않았고, 사유도 아니면서 사유하지 않음이 아니며,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떠난 것이다.
또 햇빛은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고 온갖 모양이 없는 것이니 모양을 떠났기 때문이요, 또 작의(作意)가 없나니 작의를 떠났기 때문이며, 여러 희론(戱論)이 없나니 희론을 떠났기 때문이요, 온갖 괴로운 것[損惱]이 없나니 괴로움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것도 아니요 저것도 아니며, 높은 것도 아니요 낮은 것도 아니며, 결박도 아니요 해탈도 아니며, 유지(有智)도 아니요 무지도 아니며, 번뇌가 있는 것도 아니요 번뇌를 떠난 것도 아니며, 진실한 말도 아니요 허망한 말도 아니며, 이쪽 언덕도 아니요 저쪽 언덕도 아니며, 평등도 아니요 평등하지 않음도 아니며, 물도 아니요 육지도 아니며, 심사(尋伺)도 아니요 심사를 떠난 것도 아니며, 빛깔도 아니요 빛깔 아님도 아니다.
묘길상이여, 대지에 상ㆍ중ㆍ하의 모양이 있기 때문에 광명의 비춤에도 상ㆍ중ㆍ하의 영상의 차별이 있는 것이다.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도 그와 같아서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다. 여러 모양이 없나니 모양을 떠났기 때문이요, 작의(作意)가 없나니 작의를 떠났기 때문이며, 여러 희론이 없나니 희론을 떠났기 때문이요, 모든 괴로운 것이 없나니 괴로움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것도 아니요 저것도 아니며, 높음도 아니요 낮음도아니며, 결박도 아니요 해탈도 아니며, 유지(有智)도 아니요 무지도 아니며, 번뇌가 있는 것도 아니요 번뇌를 떠난 것도 아니며, 진실한 말도 아니요 허망한 말도 아니며, 이쪽 언덕도 아니요 저쪽 언덕도 아니며, 평등도 아니요 평등하지 않음도 아니며, 물도 아니요 육지도 아니며, 일체지도 아니요 일체지 아님도 아니다.
또 심사도 아니요 심사를 떠난 것도 아니며, 쌓아 모음도 아니요 쌓아 모으지 않음도 아니며, 생각 있음도 아니요 생각 없음도 아니며, 사유(思惟)도 아니요 사유를 떠난 것도 아니며, 의생(意生)3)도 아니요 의생이 아님도 아니며, 이름[名]도 아니요 이름 아님도 아니며, 빛깔도 아니요 빛깔 아님도 아니며, 말함도 아니요 말함 아님도 아니며, 나타냄도 아니요 나타냄이 아님도 아니며, 봄도 아니며 봄이 없음도 아니며, 눈의 경계도 아니요 눈의 경계 아님도 아니며, 가르쳐 인도함도 아니요 가르쳐 인도하지 않음도 아니며, 과보를 얻는 것도 아니요 과보를 얻지 않는 것도 아니며, 분별함도 아니요 분별하지 않음도 아니며, 분별을 떠난 것도 아니요 분별을 떠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묘길상이여, 여래의 햇빛도 이와 같아서 삼계를 두루 비추지마는 비추어지는 것에도 또한 중간과 끝의 장애가 없다. 여래께서 놓으시는 지혜의 햇빛은 먼저 보살의 깊고 견고한 큰 산을 비추고, 다음에는 연각승(緣覺乘)에 머무는 모든 중생들을 비추며, 다음에는 성문승에 머무는 모든 중생들을 비추고, 다음에는 선근이 깊고 견고한 신해의 중생들을 비추며, 다음에는 변집(邊執)에 집착하는 자 및 사정취(邪定聚) 중생들을 비춘다.
여래께서 놓으시는 지혜의 햇빛은 다만 모든 중생들을 자라게 하고 성숙시키기 위해서요, 미래의 인(因)을 내기 위해서이며, 훌륭한 법어를 자라게 하기 위해서이다. 여래께서는 일체의 곳에서 평등하시고 평등한 버림에 머무시며, 모든 의혹을 떠나고 또 차별도 없으시다.
묘길상이여, 여래의 지혜의 햇빛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 중생들은 큰 신해를 갖추었으니 나는 마땅히 광대한 법을 설명하리라. 이 중생들은 설법도 하지 않고 분별도 하지 않는다. 이 중생들은 보살의 신해를 갖추었고, 이 중생들은 연각의 신해를 갖추었으며, 이 중생들은 성문의 신해를 갖추었고, 이 중생들은 좋은 의욕을 가졌으며, 이 중생들은 그 마음이 비열하고 간사하다.’
또 다음과 같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큰 신해의 중생이니 나는 마땅히 그에게 보살법을 말하리라. 이는 중간 신해의 중생이니 나는 마땅히 그에게 연각법을 말하리라. 이는 하등 신해의 중생이니 나는 마땅히 그에게 성문법을 말하리라. 이는 좋은 의욕과 바른 견해의 중생이니, 나는 마땅히 그에게 청정한 의욕 내지 사정취(邪定聚)에 머무는 중생들에게는 그 즐기는 바를 따라 마땅한 설법을 하리라.’
여래의 지혜의 햇빛은 이런 갖가지 분별을 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래의 지혜의 햇빛은 일체의 분별과 변계(徧計) 및 분별소기(分別所起)를 다 비추어 깨뜨리기 때문이다.
묘길상이여, 알아야 한다. 모든 중생들의 갖가지 의욕의 차별이 있기 때문에 여래의 지혜의 햇빛의 비춤도 또한 차별이 있는 것이다.
또 묘길상이여, 큰 바다 가운데 있는 일체 음악을 원만히 하는 큰 마니 보배와 같다. 즉 그것을 높은 당기[幢] 위에 두면 중생들의 욕망을 따라 스스로 소리를 내어 다 알게 하고 마음대로 즐기게 한다. 그러나 저 마니 보배는 전연 분별이 없으면서 분별을 떠나지 않고, 마음이 아니면서 마음을 떠나지 않으며, 사유(思惟)가 아니면서 사유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떠난 것이다.
묘길상이여, 여래도 그와 같아서 분별이 없으면서 분별을 떠난 것도 아니고, 마음이 아니면서 마음을 떠나지 않으며, 사유가 아니면서 사유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떠났으며, 취하지도않고 취해지지도 않으며, 얻을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으며, 차별제(差別諦)가 없고 탐욕이 없으며, 분노가 없고 우치가 없으며, 진실도 없고 허망도 없으며, 상(常)도 아니요 무상도 아니며, 광명도 없고 광명 없음도 아니며, 세간도 아니요 세간 아닌 것도 아니며, 심(尋)도 없고 사(伺)도 없으며, 생도 없고 멸도 없으며, 사유도 아니요 사유를 떠난 것도 아니며, 자성이 없고 자성이 공한 것도 없으며, 나감도 없고 들어옴도 없어서 취할 성품이 없다.
또 언설이 없나니 언설이 끊어졌기 때문이요, 기쁨과 사랑이 없고 기쁨과 사랑을 떠남도 없나니, 기쁨과 사랑이 끊어졌기 때문이며, 수량이 없나니 수량을 떠났기 때문이요, 취류(趣類)가 없나니 향할 모든 취(趣)가 끊어졌기 때문이며, 일체의 행이 다 끊어졌기 때문이다.
봄이 없고 관찰함이 없고 취하는 바가 없으며, 수용하지 않고 수용하지 않음도 아니며, 화합하지 않고 화합하지 않음도 아니며, 분별이 없고 헤아림이 없으며, 장애가 없고 표시가 없으며, 더러움도 아니요 깨끗함도 아니며, 이름도 없고 색상도 없으며, 업도 없고 업보도 없으며,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현재도 없어서 조그만 법도 얻을 것이 없다.
문자도 없고 음성도 없나니 모든 음성을 떠났기 때문이요, 모양이 없나니 모든 모양을 떠났기 때문이며, 안도 아니요 밖도 아니며, 또한 중간도 아니면서 얻을 바가 있느니라.
묘길상이여, 여래의 지혜의 보배의 청정한 깊은 마음을 큰 자비의 훌륭한 당기 위에 두면 중생들의 의욕과 신해를 따라 묘한 음성을 내어 근기를 따라 설법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여래께서는 일체의 곳에서 평등하시고 평등한 버림에 머무시며, 온갖 의혹을 떠나되 또한 차별이 없느니라.
다시 묘길상이여, 또 메아리가 소리에 응하면 그 메아리 소리를 따라 중생들이 지각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 소리는 실이 없어서 과거도 아니요 미래도 아니며 현재도 아니다. 안도 아니요 밖도 아니며, 중간도 아니면서 얻을 바가 있다. 생도 아니요 멸도 아니며, 단(斷)도 아니요 상(常)도 아니다. 유지(有智)도 아니요 무지도 아니며, 유혜(有慧)도 아니요 무혜도 아니며, 명(明)도 아니요 비명도 아니며, 해탈도 아니요 불해탈도 아니다. 유죄(有罪)도 아니요 무죄도 아니며, 염(念)도 아니요 무념도 아니며, 유주(有住)도 아니요 무주도 아니며, 공(空)도 아니요 불공도 아니다. 지계(地界)도 아니요, 수계ㆍ화계ㆍ풍계도 아니다. 유위도 아니요 무위도 아니며, 희론도 아니요 희론을 떠난 것도 아니며, 유조작(有造作)도 아니요 무조작도 아니며, 견(見)도 아니요 무견도 아니다.
문자도 없고 음성도 없나니 음성을 초월했기 때문이요, 헤아림[稱量]이 아니니 헤아림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며, 모양이 없나니 모든 모양을 떠났기 때문이다. 고요함도 아니요 고요하지 않음도 아니며, 긴 것도 아니요 짧은 것도 아니며, 사유도 아니요 무사유도 아니며, 상모(狀貌)도 아니요 무상모도 아니며, 세간도 아니요 비세간도 아니어서 모든 견해의 자성이 공(空)이다. 생각[念]이 없고 작의(作意)가 없으며, 심(尋)도 없고 사(伺)도 없으며,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떠나 일체의 곳에 평등하며, 모든 분별을 떠나고 3세를 뛰어넘었느니라.
묘길상이여, 여래께서 내시는 갖가지 음성도 다 메아리가 응하는 것과 같지마는 다만 일체 중생의 갖가지 의욕을 따라 곧 음성을 내어 근기를 따라 시설하여 저 중생들로 하여금 다 깨닫게 하신다. 여래께서도 그와 같아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아니며, 안도 아니요 밖도 아니며, 중간도 아니면서 얻을 것이 있다. 생도 아니요 멸도 아니며, 단(斷)도 아니요 상(常)도 아니다. 유지(有智)도 아니요 무지도 아니며, 유혜(有慧)도 아니요 무혜도 아니다.
명(明)도 아니요 비명도 아니며, 해탈도 아니며 불해탈도 아니며, 유죄도 아니요 무죄도 아니며, 생각[念]도 아니요 생각 없음도 아니며, 유주(有住)도 아니요 무주도 아니며, 공도 아니요 불공도 아니다. 지계도 아니요, 수계ㆍ화계ㆍ풍계도 아니며, 유위도 아니요 무위도 아니며, 희론도 아니요 희론을 떠난 것도 아니며, 견(見)도 아니요 무견도 아니다. 문자도 없고 음성도 없나니 음성을 초월했기 때문이요, 헤아림이 아니니 헤아림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며, 형상이 아니니 형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고요함도 아니요 고요하지 않음도 아니며,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며, 사유도 아니요 무사유도 아니며, 상모(狀貌)도 아니요 무상모도 아니며, 세간도 아니요 비세간도 아니며, 모든 견해의 자성이 공이다.생각[念]이 없고 작의(作意)가 없으며, 심(尋)도 없고 사(伺)도 없으며,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떠나 일체의 곳에 평등하며, 모든 분별을 떠나고 3세를 뛰어넘었느니라.
묘길상이여, 여래께서는 모든 중생들의 갖가지 신해와 갖가지 의욕을 따라 묘한 음성을 내시며 근기를 따라 설법하시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다 깨닫게 하시느니라. 비유하면 세간이 대지를 의지하는 것과 같다. 즉 대지의 안립[定立]으로 말미암아 일체의 나무와 약초들이 다 나고 자라 우거지는 것과 같다. 그러나 대지는 전혀 분별이 없으면서도 분별을 떠나지 않고, 모든 곳에 평등하여 차별과 분별이 없으며,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떠났다. 일체 중생도 그와 같아서 여래를 의지하는 것이니라. 여래의 안립으로 말미암아 일체 선근이 다 생성하고 증장한다. 이른바 성문승ㆍ연각승ㆍ보살승 및 외도ㆍ범지(梵志)ㆍ니건타(尼乾陀) 등 일체 사외(邪外)와……(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사정취(邪定聚) 중생들의 모든 선근이 다 여래의 안립에 의해 생성하고 증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 여래께서는 전연 분별이 없으면서 분별을 떠난 것도 아니고, 일체를 분별하면서도 분별의 반연이 아니니, 작의가 다 끊어졌기 때문이다.
묘길상이여,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떠나 심사(尋伺)가 없고 관시(觀示)가 없으시며, 사유가 없고 작의가 없어 일체의 곳에서 평등의 버림에 머물면서 다 차별이 없으시다. 비유하면 허공은 일체의 곳에 높음도 없고 낮음도 없고 차별도 없으며, 생함도 업고 멸함이 없고, 과거ㆍ미래ㆍ현재가 없으며, 색상(色相)이 없고 희론이 없으며, 표시가 없고 집착이 없으며, 헤아림[稱量]이 없고 비유가 없으며, 안립이 없고 취함이 없으며, 눈의 경계와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초월하고, 나아가 모든 언어의 길을 초월하여 어느 곳에도 다 머무름이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