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불모출생삼법장반야바라밀다경(佛說佛母出生三法藏般若波羅蜜多經)제14권
시호(施護) 한역 이미령 번역
14. 비유품(譬喩品)
이 때 존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바른 법을 들은 뒤에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물러나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으며, 의심하지 않고 어려워하지 않으며, 후회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으며, 마음에 믿음과 이해를 낸다면 이 보살은 어느 곳에서 죽어 이곳에 와서 태어난 자입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바른 법을 들은 뒤에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물러나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으며, 의심하지 않고 어려워하지 않으며, 후회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으며, 마음에 믿음과 이해를 낸다면 이 보살은 가장 으뜸가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죽은 뒤에 이곳에 와서 태어난 자이다.
또다시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바른 법을 듣고서 사랑하고 즐기며 듣고 지니며 잠시라도 저 법을 설하는 자를 버리고 떠나지 않는 것은, 마치 방금 태어난 송아지가 그 어머니를 떠나지 않는 것과 같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바른 법에 대해서 마음이 깨끗한 믿음과 이해를 내고 사랑하고 즐기며 듣고 지니면서 잠시라도 저 법을 설하는 자를 떠나지 않는다면 저 법을 설하는 자를 떠나지 않기 때문에 곧 반야바라밀다를 버리고 떠나지 않는 것이 된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었다면, 어찌 다른 곳의 불국토에서 죽은 뒤에 이곳에 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바로 그렇다. 수보리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었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미 다른 곳의 불국토에서 각각 부처님의 처소에서 이 깊고 깊은 법을 공경하고 듣고 지녔으며, 또다시 그 뜻을 물었고 그곳에서 죽은 뒤에 이곳에 와서 태어난 것이다. 이 인연으로써 지금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바른 법을 들을 때에 또한 다시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는 것이다.
다시 수보리여, 보살들이 지족천상(知足天上:도솔천)의 자씨보살마하살의 처소에서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바른 법을 듣고 의심하지 않고 어려워하지 않으며 또한 그 뜻을 청하여 묻는다면, 이 인연으로 그곳에서 죽은 뒤에 이곳에 와서 태어나 지금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바른 법을 들을 수 있게 되며 또한 다시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또한 수보리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지난 세상에 비록 일찍이 이 깊고 깊은 법을 들은 일이 있다 하더라도 능히 그 뜻을 여실하게 청하여 묻지 못해서 마음에 의심과 후회하는 것이 일어난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보살은 몸을 바꾸어 이곳에 태어나서 설령 이 깊고 깊은 바른 법을 듣게 된다고 할지라도, 또다시 마음에 의심과 후회가 일어나리니 무슨 까닭인가? 저 지난 세상에 묻지 않았던 까닭이다.
또다시 수보리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지난 세상에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바른 법을 들었을 때에 능히 하루나 이틀, 사흘이나 나흘, 닷새 동안에 깨끗한 믿음을 일으켜서 그 뜻을 청하여 물었다면, 이 보살은 몸을 바꾸어 이곳에 태어나서도 이 바른 법을 듣고 마음에 곧 믿고 이해하며 모든 의심과 후회를 떠날 것이며 또한 다시 그 뜻을 청하여 물으리니 무슨 까닭인가? 법이 본래 그러하기 때문이다.
또다시 수보리여, 만일 보살이 지난 세상에 비록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바른 법을 들었다고 할지라도 그 뜻을 분명하게 청하여 묻지 않고 또한 다시 설한 대로 행하지도 않았다면, 그런 까닭에 지금에도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바른 법에 대해 어떤 때는 즐겨 듣고 어떨 때는 즐겨 듣지 않아서 그 마음이 가볍게 흔들리며 능히 분명하게 알지 못한다. 비유하면 마치 가볍고 미묘한 털옷이 바람에 따라서 구르는 것과 같다.
수보리여, 마땅히 알아라. 이 보살은 처음 대승법에 머물렀을 때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고 능히 분명한 믿음과 이해를 내지 못하였으며 반야바라밀다를 지니지 못하였고 반야바라밀다의 행을 따르지 않았으니, 그런 까닭에 저 성문・연각의 두 지위 가운데 한 곳에 떨어진 것이다.
또다시 수보리여,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갔는데 배가 갑자기 부서졌다고 하자. 이 사람이 만일 저 떠다니는 호리병이나 나무나 판자 등을 붙잡지 않는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사람은 이내 도중에 물속에 빠져 죽고 말 것이며,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서 저 언덕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믿음이 있고 참음이 있으며, 사랑이 있고 의욕이 있으며, 이해가 있고 행함이 있으며,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며, 담담함이 있고 정진이 있으며, 존중함이 있고 깊은 마음이 있으며, 깨끗한 마음이 있고 게으름을 떠나서 산란하지 않지만 비록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만일 반야바라밀다의 선교방편이 호념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면, 이보살은 곧 일체지과(一切智果)를 성취하지 못할 것이며 그 도중에 물러나서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수보리여, 어떤 것이 도중이며 또 어떤 법에서 물러나 잃는 것인가? 수보리여, 도중이란 이른바 성문・연각의 지위이며, 물러나서 잃는 것은 이른바 일체지과이다.
수보리여, 또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갔는데 도중에 배가 부서졌다고 하자. 이 사람이 즉시 저 떠다니는 병이나 나무나 판자 등을 붙잡는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사람은 어려운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바닷물에 빠져 죽지 않고 커다란 안온함을 얻어서 저 언덕에 도착할 것이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믿음이 있고 참음이 있으며, 사랑이 있고 의욕이 있으며, 이해가 있고 행함이 있으며,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며, 담담함이 있고 정진이 있으며, 존중함이 있고 깊은 마음이 있으며, 깨끗한 마음이 있고 게으름을 떠나서 산란하지 않으며,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춘 뒤에 또다시 반야바라밀다의 선교방편이 호념하는 바를 얻는다면, 이 보살은 그 도중에 물러나거나 잃어버리지 않고 성문・연각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으며 곧 능히 일체지과를 성취하게 될 것이다.
또다시 수보리여, 또 어떤 사람이 굽지 않은 병을 쥐고 강이나 연못이나 우물이나 샘에서 그 물을 뜨려고 한다면 그 병은 오래지 않아 도중에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이 인연으로 물을 얻지 못할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병이 아직 완성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파괴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믿음이 있고 참음이 있으며, 사랑이 있고 의욕이 있으며, 이해가 있고 행함이 있으며,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며, 담담함이 있고 정진이 있으며, 존중함이 있고 깊은 마음이 있으며, 깨끗한 마음이 있고 게으름을 떠나서 산란하지 않는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만일 반야바라밀다의 선교방편이 호념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면, 이 보살은 이내 그 도중에 물러나서 성문・연각의 지위에 떨어져 일체지과를 성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수보리여, 또 어떤 사람이 잘 구운 병을 쥐고 강이나 연못이나 우물이나 샘으로 가서 그 물을 뜨려고 한다면 이 사람은 가는 곳마다 곧 능히 물을 얻어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 이 병은 단단하여 깨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인가? 병이 이미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믿음이 있고 참음이 있으며, 사랑이 있고 의욕이 있으며, 이해가 있고 행함이 있으며,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며, 담담함이 있고 정진이 있으며, 존중함이 있고 깊은 마음이 있으며, 깨끗한 마음이 있고 게으름을 떠나서 산란하지 않으며,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었으면서 또한 반야바라밀다의 선교방편이 호념하는 바를 얻었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보살은 그 도중에 물러나서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며 성문・연각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고 능히 일체지과를 성취하게 될 것이다.
또다시 수보리여, 또 만일 지혜가 적은 세간의 모든 장사꾼이 큰 바닷가에서 배 한 척을 얻어서 온갖 재물을 싣고 바다로 나아간다면 이 배는 머지않아 틈이 벌어져 물이 새어들고 부서질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본래 지어진 것이 견고하지 않을 뿐더러 배가 모든 쓸모 있는 일에 또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장사꾼이 지혜가 없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능히 깨닫지 못하고 배를 취하여 물건을 실었으니 그 도중에 배가 부서지고 재물은 흩어져 없어진 것이다. 장사꾼은 그 때 헛되이 근심하고 괴로워한 것뿐이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 또한 이와 같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참음이 있고 믿음이 있으며, 나아가 게으름을 떠나고 산란하지 않아 비록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만일 반야바라밀다의 선교방편이 호념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보살은 도중에 물러나서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수보리여, 도중이란 것은 이른바 성문・연각의 지위에 떨어지는 것이고, 잃는다는 것은 이른바 저 일체지라는 보배를 잃는 것이니, 자신을 이익되게 하는 행과 남을 이익되게 하는 행 모두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수보리여, 만일 어떤 지혜로운 장사꾼이 큰 바닷가에서 아주 훌륭한 배를 구하여 본래 지어진 것이 견고하고 원만한 것임을 알고, 배가 여러 쓸모 있는 일에 모두 다 준비되어 있음을 알고 나면 그것을 취하여 물건을 싣고 바다로 나아간다. 이 배는 어려움이 없으며 가는 곳마다 모두 다다를 수 있고 또한 그 재물도 흩어지거나 잃어버리지 않는다. 무슨 까닭인가? 저 장사꾼은 지혜가 있기 때문에 그 도중에 근심이나 번민이 생겨나지 않는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믿음이 있고 참음이 있으며, 나아가 게으름을 떠나고 산란하지 않아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었고, 또한 반야바라밀다의 선교방편이 호념하는 바를 얻었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보살은 도중에 물러나서 잃어버리지 않으며 성문・연각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고 곧 일체지과를 능히 이루게 될 것이다.
또다시 수보리여, 세간에 120살이 된 노인이 문득 일시에 풍과 황담과 가래 등 여러 병이 들어 괴로움을 겪을 때 이 인연으로 침상에서 고통을 견디며 있다고 하자. 수보리여,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사람이 어느 때에 부축하는 사람이 없이 능히 침상에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겠는가?”
수보리가 답하였다.
“그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이 사람이 설령 침상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또한능히 1리(里)나 2리, 나아가 1유순을 가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늙었으며 병이 들어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믿음이 있고 참음이 있으며, 나아가 게으름을 떠나고 산란하지 않아 비록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만일 반야바라밀다의 선교방편이 호념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보살은 그 도중에 물러나고 잃어버리며 성문・연각의 지위에 떨어져 능히 일체지과(一切智果)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또다시 수보리여, 그러나 저 120살이 된 노인이 비록 질병이 있어 침상에서 고통을 견디고 있더라도 어떤 때에 두 사람의 힘센 장사가 와서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우리 두 사람이 각자 좌우에서 당신을 부축할 테니, 빨리 일어나서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우리가 따르겠습니다. 당신을 다다를 수 있게 하리니 도중에 물러나거나 잃게 되는 근심은 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병든 노인은 그 말을 듣고서 능히 침상에서 일어나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믿음이 있고 참음이 있으며, 나아가 게으름을 떠나고 산란하지 않아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춘 뒤에 다시 반야바라밀다의 선교방편이 호념하는 바를 얻는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보살은 그 도중에 물러나고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며, 성문・연각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이내 능히 일체지과를 이룰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법이 본래 그러하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믿음이 있고 참음이 있으며, 나아가 게으름을 떠나고 산란하지 않으며,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춘 뒤에 다시 반야바라밀다의 선교방편이 호념하는 바를 얻는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보살은 분명하게 성문・연각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으며 곧 일체지과를 얻게 될 것이니 모두가 이 공덕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할 것이다.”
15. 현성품(賢聖品) ①
이 때 존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처음으로 배우는 보살은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에서 마땅히 어떻게 배워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존자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처음 배우는 보살이 만일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배우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다를 존중하고 공경하며 배우고 익힌 저 선지식을 친근해야 하나니, 이 선지식은 마땅히 저 처음 배우는 보살을 위해 이치대로 가르침을 줄 것이며, 여실하게 반야바라밀다를 널리 설하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선남자여, 그대가 닦아 익힌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 바라밀다의 모든 공덕은 마땅히 전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해야 한다. 또 선남자여, 그대는 보시 공덕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할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과에 집착해서는 안 되나니, 색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바로 보리이며, 수・상・행・식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바로 보리이다. 무슨 까닭인가? 저 일체지는 집착함이 없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그대가 수행하고 익힌 계를 능히 보호하고 인욕을 능히 받으며 정진에 게으르지 않고 선정에 고요하며 지혜가 뛰어나리니, 이와 같은 공덕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할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색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바로 보리이며, 수・상・행・식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바로 보리이다. 무슨 까닭인가? 저 일체지는 집착함이 없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이런 뜻으로 말미암아 그대는 마땅히 성문・연각의 지위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수보리여, 저 선지식은 마땅히 처음 배우는 보살을 위하여 이와 같이 가르침을 주어서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속으로 점점 들어가게 할 것이다.”
수보리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나아가 구하여 널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온갖 고뇌를 끊고 열반에 안주하게 하고자 하지만 모든 보살이 하는 바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른바 보시바라밀다의 이와 같은 모습과 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 바라밀다의 이와 같은 모습, 모든 모습은 깊고 깊어서 하는 바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자 한다면 윤회하는 가운데 마땅히 정진할 것이며 놀라거나 두려움을 내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바로 그렇다. 보살마하살이 하는 바는 매우 어렵다. 수보리여, 그렇지만 모든 보살마하살은 모든 세간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나니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만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때면 세간을 위하여 커다란 구호(救護)가 될 것이며, 세간을 위하여 귀의하는 곳이 될 것이며, 세간을 위하여 머무는 집이 될 것이며, 세간을 위하여 궁극적인 길이 될 것이며, 세간을 위하여 넓고 큰 섬이 될 것이며, 세간을 위하여 커다란 광명이 될 것이며, 세간을 위하여 훌륭하게 이끄는 스승이 될 것이며, 세간을 위하여 진실한 갈래[趣]가 될 것이다.’
이런 뜻으로 말미암아 보살마하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크게 정진한다.
수보리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능히 세간을 위하여 커다란 구호가 되는가? 이른바 보살마하살은 세간의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윤회의 괴로움을 끊게 하고자 하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능히 세간을 위하여 커다란 구호가 된다고 한다.
수보리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능히 세간을 위하여 귀의하는 곳이 되는 것인가? 이른바 보살마하살은 세간의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과 근심과 슬픔과 고통과 번민에서 해탈을 하게 하나니, 이와 같은 법들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능히 세간을 위하여 귀의하는 곳이 된다고 한다.
수보리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능히 세간을 위하여 머무는 집이 되는 것인가? 이른바 보살마하살은 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집착하지 않는 까닭에 법을 설한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이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만일 색에 묶이지 않으면 곧 색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색에 집착하지 않으면 곧 색에 묶이지 않는 것이다. 색에 묶이지 않기 때문에 색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 색이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기 때문에 즉 집착하는 바가 없다. 집착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묶이지도 않고 또한 풀려나지도 않는다.
수・상・행・식 또한 이와 같으니, 만일 식에 묶이지 않으면 곧 식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식에 집착하지 않으면 곧 식에 묶이지 않는 것이다. 식에 묶이지 않기 때문에 식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 식이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기 때문에 즉 집착하는 바가 없다. 집착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묶이지도 않고 또한 풀려나지도 않는다.
저 모든 법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모든 지견(知見)에 대하여 모두가 집착하는 바가 없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이 법을 설하면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능히 세간을 위하여 머무는 집이 된다고 한다.
수보리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능히 세간을 위하여 궁극적인 길이 되는 것인가?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만일 색이 궁극적인 것이라면 곧 색이 아니요, 만일 수・상・행・식이 궁극적인 것이라면 곧 식이 아니다. 색・수・상・행・식이 이와 같은 까닭에 모든 법 또한 그러하다’라고 설법한다.”
그러자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색・수・상・행・식이 궁극적인 것이고 모든 법 또한 그러하다면 저 보살마하살은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법 가운데는 분별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바로 그렇다. 저 모든 법은 분별할 바와 분별하는 자가 없기 때문이니 이와 같은 까닭에 보살마하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가장 으뜸가고 깊고 깊으며 미묘하고 들어가기 어렵다. 고요함에 안주하며 얻음도 없고 증득함도 없으며 흔들림도 없고 구름도 없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렇게 법을 설하면 이것이 바로 보살마하살이 능히 세간을 위하여 궁극적인 길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수보리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능히 세간을 위하여 넓고 큰 섬이 되는 것인가? 또한 무엇을 섬이라고 이름하는가?
수보리여, 비유하면 물속에 육지가 있어서 흐름이 끊어지는 곳을 이름하여 섬이라고 한다. 저 모든 법 또한 이와 같다. 색의 전제(前際)가 끊어지기 때문에 후제(後際)가 끊어진다. 수・상・행・식의 전제가 끊어지기 때문에 후제가 끊어진다. 나아가 모든 법의 전제가 끊어지기 때문에 후제 또한 끊어진다. 이렇게 끊어지기 때문에 즉 모든 법이 전부 끊어진다. 그렇지만 이 끊어지는 모습에는 뒤바뀐 모습이 없고 열반적정하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이 법을 설하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능히 세간을 위하여 넓고 큰 섬이 된다고 한다.
수보리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능히 세간을 위하여 커다란 광명이 되는 것인가?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오랜 밤 동안에 널리 중생을 위하여 커다란 방편을 지어서 중생들로 하여금 무명의 화살을 뽑고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고자 하여 일체지의 빛으로 모든 어리석음의 암흑을 쳐부수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능히 세간을 위하여 커다란 광명이 된다고 한다.
수보리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능히 세간을 위하여 훌륭하게 이끄는 스승이 된다고 하는가?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보리를 얻을 때 모든 중생을 위하여 색의 자성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고 설하며, 수・상・행・식의 자성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고 설하며, 범부[異生]의 법의 자성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고 설하며, 성문・연각의 법의 자성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고 설하며, 보살법의 자성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고 설하며, 모든 불법의 자성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고 설하며, 나아가 모든 법의 자성 또한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고 설한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이 법을 설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능히 세간을 위하여 훌륭하게 이끄는 스승이 된다고 한다.
수보리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능히 세간을 위하여 진실한 취향함[趣]이 되는 것인가?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보리를 얻을 때에 색에 취향함이 공하다고 설하고, 수・상・행・식에 취향함이 공하다고 설하며, 모든 법에 취향함이 공하다고 설한다.
즉 모든 법은 옴도 없고 감도 없으니, 마치 저 허공이 옴도 없고 감도 없고, 지음도 없고 모습도 없고, 머묾도 없고 머무는 바도 없고 머무는 법도 없고,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은 것처럼 모든 법 또한 옴도 없고 감도 없고, 지음도 없고 모습도 없고, 머묾도 없고 머무는 바도 없고 머무는 법도 없고,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 이런 뜻으로 인하여 즉 분별이나 분별하는 자가 없다.
무슨 까닭인가? 색은 공한 성품에 머물기 때문에 옴도 없고 감도 없으며, 수・상・행・식은 공한 성품에 머물기 때문에 옴도 없고 감도 없다. 나아가 모든 법은 공한 성품에 머물기 때문에 옴도 없고 감도 없다.
이것은 어떤 것인가? 즉 저 공(空)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無轉], 무상(無相)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무원(無願)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무작(無作)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다.
무생(無生)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무취(無趣)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무성(無性)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다.
꿈[夢]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아(我)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무아(無我)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무변(無邊)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적정(寂靜)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열반(涅槃)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다.
무기(無起)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무환(無還)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무왕(無往)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고, 부동(不動)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다. 색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다. 수・상・행・식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다. 아라한과에 취향함과 연각과에 취향함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과에 취향함은 즉 모든 법에 취향함이니, 이 취향함에는 구름이 없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이 모든 법에 취향함이 공하다고 널리 설한다.”
이 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다는 가장 으뜸이고 깊고 깊습니다. 어떤 사람이 마땅히 여실하게 믿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이미 과거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계신 곳에서 선근을 무르익게 하고 보살의 깊고 깊으며 뛰어난 행을 오래도록 수행하였다면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에 대해서 이내 능히 믿고 이해할 것이다.”
수보리가 아뢰었다.
“능히 믿고 이해한다는 것은 마땅히 어떤 모습이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성품을 떠난다면 이것이 바로 믿고 이해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갖춘다면 이내 능히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믿고 이해할 것이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얻은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또한 이와 같은 취향이며, 이 취향을 얻은 뒤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여실하게 널리 설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역시 이런 취향을 얻게 합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바로 그렇다. 수보리여,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 또한 이와 같은 갈래이니, 보살마하살이 이 취향을 얻은 뒤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여실하게 널리 설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또한 이런 취향을 얻게 한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이 법을 설하는 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능히 세간을 위하여 진실한 취향을 짓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