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기타(불교에 관한 내용)

아저씨 성불하세요

행성 2007. 7. 8. 16:33
“아저씨 성불하세요”

 



이 효 순


장흥 관음어린이집 원장


어린이 마음에 부처님 씨앗


이웃을 배려하는 멋진 친구


 


“아저씨, 성불하세요!”


“성불이 뭐니?”


“부처님이 되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민종이는, 애기를 미워하지 않니? 화나면 아빠도 꼬집고 엄마도 때리고 말이야.”


“아니에요,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아빠 말씀도 잘 듣고 애기 귀저귀도 갈아 주고 그리고 으… 으 얼마나 많이 같이 놀아 준다구요! 이젠 어린애가 아니예요. 성불해야 하거든요.”


“오 그래, 우리 민종이 다 컸구나. 그래 꼭 성불해라…”


“성묵이 아저씨, 성불하세요. 이웃집 우석이 할머니 할아버지도, 동네 슈퍼 아저씨도, 슈퍼 아줌마 보살님도 성불하세요. 제가 아기였던 것처럼 철부지 애기인 우리 동생도 성불하고 부디 우리 아빠 엄마도 성불하세요. 모두모두 다요.”


배꼽 인사에, 합장 인사까지 오늘도 민종이의 공손한 인사말에 민종이 엄마는 엷은 미소를 띠며 사랑스럽게 민종이의 손목을 이끕니다.


인사를 받는 사람들은 때로는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기특하기도 하고.. 모두들, 갸륵하다가도 어리둥절한 모양입니다. “그래 꼭 성불해라- 네. ” 제가 아는 모든 사람은 다 성불해야 되고 성불할 것으로 믿고 있지요. 자신도 성불해야 되고요.




아빠 곁을 잠시도 떨어질 줄 모르고 다른 아이들과도 어울릴 수도 없었던 민종이가 우리 관음유치원에 들어온 지도 벌써 반년이 다 되어 갑니다. 아이를 늦게 본 덕에 애지중지… 아이만이 큰 기쁨이었던 이 아빠의 행복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무렵에는 근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이가 엄마 아빠를 떠나서는 불안한 나머지 제대로 생활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어린이집도 미술학원도 사흘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침이면 어르고 달래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실랑이가 이어지고,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해 집에 와서는 때 쓰고, 소리 지르고 고집피우기 일쑤였습니다. 그동안 영특하고 조용하던 민종이가 아니었습니다.


급기야 생업을 잠시 접은 민종이 아빠 엄마는 민종이를 위해 짐을 싸들고 아예 장원사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민종이는 우리 관음어린이유치원에 들어 오구요. 엄마 아빠는 그야말로 절 처사님, 보살님으로 절일에 민종이까지 거두며 한 달이 넘어 두 달여 가까이 매달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민종이도 차츰차츰 안정이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처럼 집중력도 생기고 또래 아이들처럼 밝고 명랑해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친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같은 반과 절에 온 신도님들은 물론 주지 스님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부처님께 절하는 법, 스님께 인사하는 법도 배우고 때로는, 스님과 차도 마시고 공도 차고 말이지요. 아마도 엄마 아빠를 찾을 겨를이 없었을 것입니다. 온 절 도량이 제 집이 되었고 새로움으로 가득찬 세계였을 것입니다.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겠지요. 그만큼 물음도 끝없어지고요. 어린 동자승처럼 귀여움도 한몸에 받았습니다.


이제 민종이는 우리 관음유치원에서 제일 똑독하고 차분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쪽지 편지를 써주지 않아도 선생님 말씀을 엄마 아빠께 가장 잘 전달하고 이해하며 혼자서도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탈 줄도 압니다.


“원장 선생님, 부처님은 어떤 분이세요.” “주지 스님, 어떻게 하면 부처님이 될 수 있어요.” 민종이가 다시 묻습니다.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그러면서 작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서 “선생님, 주지 스님 성불하십시오” 하고 작별 인사를 건냅니다. 오, 그래 민종이도 꼬옥 ‘성불하세요.’


아마도 민종이의 말속에 부처의 씨앗이 분명 자라고 있겠죠. 그것이 때로는 헤아릴 수없는 법보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계율이 되고 정진이 될 것입니다. 현생이나 내생이나 말이지요. 우리 어린 친구 민종이… 부처님처럼 남과 이웃을 배려하고 이익되게 하는 멋진 친구가 되겠죠!


“아저씨, 성불하세요.”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모두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