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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편불보은경(大方便佛報恩經) 제1권 효도로써 봉양한 품[孝養品]

행성 2007. 11. 20. 12:27
2. 효도로써 봉양한 품[孝養品]

그 때 대중들 가운데서 칠보로 된 연꽃이 땅으로부터 변화되어 나왔는데, 하얀 은으로 줄기가 되어 있고 황금으로 잎이 되었으며 견숙가(甄叔迦)7) 보배로 그 받침이 되어 있으면서 진주로 짠 그물로 차례차례 장엄되어 있었다.
그 때 석가여래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꽃받침 위로 올라가 가부하고 앉으시며 즉시 깨끗한 몸을 나타내시니, 그 몸 가운데서 다섯 갈래[五趣]의 몸을 나타내셨는데 낱낱 갈래의 몸에는 만 8천 가지의 형상이 있었고, 그 형상 하나 하나마다 백천 가지의 몸을 나타내었으며, 그 낱낱의 몸 가운데 다시 한량없는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수의 몸이 있었고, 네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하나하나의 몸 가운데서 다시 사천하(四天下)의 대지에 있는 미세한 티끌만큼 많은 수의 몸을 나타내었으며, 하나의 미세한 티끌만한 몸 가운데서 다시 삼천대천세계의 미세한 티끌 수만큼 많은 몸을 나타내었고, 하나의 티끌만한 몸 가운데서 다시 시방의 하나하나 방면으로 각각 백천억 모든 부처님 세계의 미세한 티끌만큼 많은 수의 몸을 나타내었으며, 내지 허공법계(虛空法界)의 생각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중생들만큼 많은 수의 몸을 나타내었다.
그 때 여래께서는 이와 같은 몸들을 나타내시고 나서, 아난과 시방에서 온 여러 큰 보살마하살들과 일체 대중인 여러 선남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제 다 옳게 깨달은 지혜로써 진실한 말을 널리 말하리라.
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여래는 미묘한 방편으로써 이름과 모양이 없는 법에 이름과 형상을 만들어 말할 수 있느니라.
여래는 본래 나고 죽는 동안에, 이와 같이 미세한 티끌 수만큼 많은 불가사의한 형상과 종류의 일체 중생 가운데서 그 만큼의 몸을 받았나니, 몸을 받았었기 때문에 일체 중생들이 또한 일찍이 여래의 부모가 되었느니라.
여래도 또한 일찍이 일체 중생들의 부모가 되었었기 때문에 언제나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닦았고,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렸으며, 머리ㆍ눈ㆍ골수ㆍ뇌ㆍ나라ㆍ성ㆍ아내ㆍ아들이며 코끼리와 말과 칠보로 꾸민 수레며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 온갖 것을 주면서 부지런히 정진하고, 계율ㆍ보시ㆍ많이 들음[多聞]ㆍ선정과 지혜를 닦아 온갖 행을 두루 갖추었으며, 쉬거나 그만두지 아니하고 고달파하거나 게으름이 없이 부모에게 효도로써 봉양하였나니,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았기 때문에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속히 이룩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일체 중생은 여래에게 본래의 서원을 만족 시킬 수 있었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라, 일체 중생은 부처님에게 막중한 은혜가 있는 것이다.
막중한 은혜가 있기 때문에 여래는 중생을 버리지 않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 때문에 언제나 있음[有]의 방편을 닦아 익혀서, 일체 삼계의 25유(有)8) 중생들을 위하여 자기 공을 생각 하지 않고 평등한 자비를 닦으며, 언제나 평정[捨]을 행하는 방편을 닦고, 또한 일체 중생들이 공(空)하고 법이 공하며 5음(陰)이 공한 줄 밝게 살피며, 이와 같이 물러나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아니하여 공(空)과 유(有)에 빠지지 않느니라.
진실한 모양의 방편을 닦기 때문에 2승(乘)을 버리지 아니하고 두루 배움의 방편을 닦으며, 이와 같은 매우 깊고 미묘한 방편을 닦기 때문에 법의 모양을 밝게 살펴볼 수 있느니라.
부처님의 법은 처음과 끝, 시작과 마지막이 하나가 아니로되, 그러나 후래의 중생들이 혼탁하여 셋이라고 미쳐 날뛰니, 지나친 애욕에 뒤덮여서 괴로움의 바다에 빠져 4도(倒)9)의 뒤바뀐 바가 된 것이니라.
샘이 있는 법[有漏法] 가운데서 망령된 생각과 소견으로 내가 없거늘 나라고 보고, 항상됨이 없거늘 항상하다고 보며, 즐거움이 없거늘 즐겁다고 보고, 깨끗하지 않거늘 깨끗하다고 보아서,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으로 옮아가 없어지게 되느니라.
찰나찰나가 무상하거늘, 5개(蓋)10)와 10전(纏)11)에 덮이고 가려져서 세 가지 세계를 바퀴 돌듯하며 나고ㆍ죽음을 갖추어 받으면서 처음과 끝이 없는 것이 마치 고리를 도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여래의 가르침의 자취는 마땅함을 따라서 3장(藏) 9부(部)와 12부경(部經)에 이르기까지 갈래를 나누어서 교화하며 믿음의 깊고 얕음에 따라 뭇 경전을 말하나니, 인연을 분별하여 말을 막아버린 이들은 스스로 발을 굴러서 이미 열반을 얻었느니라.
여래께서는 자비의 본래 서원으로 큰 방편을 나타내어 시방에 일체 인연 있는 이들을 불러 오고, 인연 있는 이들이 모이면 그 대중들 가운데서 이 미묘한 경전을 펴서 널리 말하여 천세(千歲)에 교훈을 전하며, 상법(像法)12)에 유포하여 일체 중생들이 늘 큰 안락을 얻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근기를 따라 옮기면서 교화하며 때를 맞춰 나고 때를 맞춰 없어지나니, 혹은 다른 세계에서 노사나(盧舍那)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으로 일컬어지기도 하고, 혹은 도솔타천(兜率陀天)에 올라가서 여러 하늘들의 스승이 되기도 하며, 혹은 도솔타천에서 내려와 염부제에 나타나 80년의 수명을 나타내기고 하느니라.
마땅히 알라, 여래는 불가사의하며 세계도 불가사의하며 업보도 불가사의하며 중생도 불가사의하며 선정도 불가사의하며 용왕도 불가사의한 줄 알아야 하나니,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불가사의이니라.
부처님께서 일체 중생들에게 부처님 마음을 알게 하려면 하류의 무딘 근기를 지닌 중생에 이르기까지 모두 알 수 있게 하고, 일체 중생들에게 볼 수 있게 하려면 곧 볼 수 있게 하되, 볼 수 없게 하려면 설령 눈앞에 마주 대하여도 볼 수가 없게 하며, 바로 성문ㆍ연각으로서 천안통(天眼通)을 지녔다 하더라도 역시 볼 수 없게 하느니라.
또 부처님은 큰 광명을 놓아 아래로는 아비지옥에 이르고 위로는 유정천(有頂天)까지 이르게 하여 제도해야 할 이는 모두 볼 수 있게 하되 제도되지 못할 이는 눈앞에 마주 대하여도 보지 못하느니라.
때로 여래는 어떠한 때는 허가하기도 하고 어떠한 때는 잠잠하기도 하나니, 모든 부처님 세존이야말로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고 잴 수도 없으며 알기도 어려운 줄 알아야만 하느니라.
너는 이제 어떻게 여래에게 이와 같이 매우 깊고 미묘한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묻느냐?
네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참으로 큰 자비로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어 세 가지 나쁜 길을 닫고 인간과 천상의 길을 통하게 함이니라.
아난이여, 자세히 들어라.
나는 너를 위하여 부모에게 효도로써 봉양하면서 고행한 인연을 간략하게 말하겠노라.”
그 때 세존께서 아난과 여러 큰 보살 마하살과 일체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겁에, 그 때 바라나(波羅奈)라는 나라가 있었고 거기에 한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는데 명호는 비바시(毘婆尸)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었느니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12소겁(小劫)이었고, 정법(正法)이 세상에 머무는 것이 20소겁이었으며, 상법 또한 20소겁을 머물렀느니라.
그 상법 동안에 나사왕(羅闍王)이라는 왕이 세상에 나와 바라나국의 왕으로서 2만의 부인이 있었고, 대신이 4천이요, 5백 마리의 건장한 코끼리가 있었으며, 60의 작은 나라와 8백의 마을을 주관하였는데, 왕에게는 세 명의 태자가 있어서 모두가 변두리 작은 나라의 왕이 되었느니라.
그 때 바라나대왕은 총명하고 어질어서 언제나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인민들을 죄에 빠뜨리지 않았으며, 왕의 복과 덕의 힘 때문에 바람과 비가 때에 알맞아 5곡이 잘 익었으므로 인민들은 부유(富裕)하였느니라.
그 때 바라나 대왕에게는 소중하게 여기는 대신으로 나후(羅睺)라는 이가 있었는데, 나후 대신이 반역의 마음을 내어 상병(象兵)ㆍ거병(車兵)ㆍ마병(馬兵)ㆍ보병(步兵)의 네 가지 병사들을 일으켜 바라나국을 쳐서 대왕의 목숨을 끊었고, 왕을 죽인 뒤에는 다시 네 가지 병사들을 변두리 나라로 보내어 첫 번째 태자를 죽이고, 다음으로 다시 두 번째 태자를 죽였으며, 그 가장 작은 아우만이 변두리 작은 나라에 있었느니라.
그 작은 왕은 형체가 크고 단정하여 아주 잘났으며 성질이 어질고 착하여 말할 적에는 언제나 웃음을 머금어서 이익 되는 말을 하고 사람의 뜻을 상하지 아니하며 항상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어 인민들을 삿되게 하거나 죄를 짓게 하지 않았으며 국토는 풍성하고 안락하여 인민들이 늘어났고 재물과 보배가 넉넉하여 많고 살림살이가 가득하였는지라 국토의 인민들은 그 왕을 찬미하고 잘한다는 칭찬이 한량없었으므로, 허공의 하늘들과 일체의 천신ㆍ지기들도 모두 공경하고 사랑하였느니라.
그 때 그 왕은 한 태자를 낳아서 수사제(須闍提)라 이름 지었는데 총명하고 인자하며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기뻐하였느니라.
수사제 태자는 몸이 황금색이요, 일곱 군데가 편편하고 원만해서 상호를 완전히 갖추었으며, 나이는 비록 일곱 살이었지만 그 아버지는 사랑하는 생각을 마음에서 잠시도 버리지 않았느니라.
그 때 궁전을 지키는 귀신이 대왕에게 말하기를, ‘대왕은 아십니까. 나후대 신이 요사이 반역를 도모하여 국왕의 자리를 빼앗고 부왕을 죽인 뒤에 곧 네 가지 병사를 일으켜 두 형님들까지 엿보아 체포한 뒤에 죽였습니다. 군사와 말들이 오래지 않아서 대왕에게 다가올 터인데, 지금 어째서 목숨을 피하여 떠나가지 않습니까?’라고 하는지라, 그 때에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놀라서 털이 곤두서며 몸이 떨리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걱정하고 성을 내며 괴로워하고 한탄하였는데 심장과 간장이 벌떡거리는지라 뒹굴다가 땅에 떨어지며 기절하였느니라.
한참 있다가 다시 깨어나 작은 소리로 공중을 향하여 말하기를, ‘당신은 어떠한 사람이건대 다만 소리만 들리고 그 형상은 보이지 않습니까? 아까 하신 말씀이 사실이십니까?’라고 하자, 곧 왕에게 대답하기를, ‘나는 바로 궁전을 지키는 귀신입니다. 왕이 총명하고 복과 덕이 있으며 인민들을 죄에 빠뜨리지 않고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으므로 ,그 때문에 먼저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지금이 마땅한 때이니 빨리 나가십시오. 괴로움과 재앙이 바로 멀지 않습니다. 원수가 다가오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 대왕이 곧 궁중에 들어가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다른 나라로 가서 의탁해야겠다’고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이웃 나라를 향하는 데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의 길로 가면 7일이면 다른 나라에 도착할 것이요, 다른 하나의 길을 따라 가면 14일이나 걸린다’ 하고, 곧 7일 동안의 길양식만을 담고서 변장하고 바로 떠나갔는데, 성 밖까지 이르렀다가 도로 궁중으로 들어와서 수사제태자를 불러 안아다 무릎 위에 놓아두고 잠시도 눈을 떼지 않다가 갑자기 또 놀라며 일어났다가는 다시 도로 앉았느니라.
그 때 부인은 그 대왕이 불안해하며 무서워하는 듯한 상태를 보고 곧 나아가 묻기를, ‘대왕이여, 이제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이신데, 무슨 일 때문에 앉아서 불안해하고 몸에는 먼지가 꼈으며 머리칼이 헝클어지고 쳐다보는 것이 고르지 못하며 숨쉬는 것이 편안하지 않으십니까? 마치 나라를 잃고 은애(恩愛)하는 사람과 이별하며 원수가 이르려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상서롭지 못한 모습이시니, 말씀하여 주옵소서’라고 하였다.
왕이 말하기를, ‘나에게 있는 일을 당신이 알 바가 아니요’라고 하자, 부인이 곧 왕에게 아뢰었다.
‘저의 몸과 왕은 형상은 둘이로되 한 몸입니다. 마치 새의 두 날개와 같고 몸의 두 발과 같으며 머리에 두 눈과 같습니다. 대왕은 이제 어째서 상관하지 말라고 하십니까?’라고 하였다.
왕이 부인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모르시오. 나후대신이 요사이 역모를 하여 부왕을 죽인 뒤에 두 형까지 엿보아 잡아서 역시 죽였습니다. 이제 병사와 말들이 차례대로 와서는 나를 잡아갈 것이므로, 목숨을 구하고자 도망하려 합니다’라고 하고, 곧 수사제태자를 안고서 길을 나섰느니라.
그 때에 부인도 뒤를 따라 떠나가니, 왕은 당황하여 마음과 뜻이 헷갈리고 어지러웠는지라 14일이 걸리는 길로 잘못 들어섰느니라.
그 길은 험난하고 물과 풀도 없었으며 앞으로 나아간 지 며칠 만에 양식이 다하였는데, 본래의 뜻은 한 사람 몫의 양식을 담아서 7일 동안 걸릴 길을 가려고 하였던 것이었는지라, 이제 세 사람이 같이 먹은 데다가 잘못하여 14일이 걸릴 길로 들어섰으므로 수일 만에 양식이 다하였느니라.
갈 길이 아직도 멀었으므로, 이때에 대왕과 부인이 소리 내어 크게 울면서, ‘괴이하고 괴이하며, 괴롭고 괴롭도다. 태어난 이래로 일찍이 이러한 고통이 있음을 들은 일조차 없거늘 어찌하여 오늘 몸소 절로 받을까. 오늘에 궁액과 재앙이 벌써 이르렀구나’ 하면서, 손을 들어 머리를 치자 먼지가 저절로 일었으며, 온몸을 땅에 던져 스스로 뉘우치면서 꾸짖기를 ‘우리들은 전생에 어떠한 나쁜 행을 지었을까. 부모거나 부처님이거나 아라한을 죽였을까. 바른 법을 비방하며 승가의 화합을 무너뜨렸을까. 사냥을 하고 고기를 잡으며 저울을 속이고 말[斗]을 작게 하여 중생의 것을 겁탈했을까. 승가의 물건을 사용하였을까. 어찌하여 오늘날 이런 재앙의 과보를 받는단 말이냐. 조금이라도 쉬고 싶지마는 원수가 이를까 두렵고, 만약 원수를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죽고 말 것이요,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마는 배고픔과 목마름이 핍박하여 목숨이 넘어갈 지경이로구나’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 대왕과 부인이 이런 괴로움을 생각하고 나서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며 크게 울다가, 왕은 슬퍼서 기절하여 몸을 들어 땅에 쓰러졌다.
한참 있다가 깨어나서 다시 생각하기를, ‘방편을 쓰지 않으면 세 사람의 목숨이 다 같이 여기에서 죽음을 면하지 못하겠구나. 내가 이제 어째서 부인을 죽여 나의 몸도 살고 아울러 아들의 목숨도 이어지게 하지 않으리오’ 하며, 이런 생각을 마치자마자 즉시 칼을 뽑아 부인을 죽이려고 하니, 그 태자 수사제가 왕이 태도를 달리하여 오른 손으로 칼을 뽑아 그의 어머니를 죽이려 함을 보고는, 나아가서 왕의 손을 붙잡고 부왕에게 말하기를, ‘무엇을 하려 하십니까’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 부왕이 울먹이면서 조그마한 소리로 태자에게 말하기를, ‘너의 어머니를 죽여서 그의 피와 살로써 나의 몸도 살리고 너의 목숨도 잇게 하려고 하느니라. 만약 죽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절로 죽게 될 것이니, 나의 몸이야 이제 죽고 사는 것을 상관하지 않는다마는 이제 태자의 목숨을 위하여 너의 어머니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수사제가 부왕에게 아뢰기를, ‘왕께서 만약 어머니를 죽이시면 저 또한 먹지 않겠습니다. 어디서 어느 아들이 어머니 살을 먹는다 하십니까. 살을 먹지 않고 아들도 같이 죽을 것입니다. 아버님, 이제 어째서 아들을 죽여 부모의 목숨을 건지시지 않습니까?’라고 하였느니라.
왕은 아들의 말을 듣고 곧 기절하여 뒹굴며 땅에 쓰러졌다가 조그마한 소리로 아들에게 말하기를, ‘아들은 마치 나의 눈과 같다. 어디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눈을 도려 파내서 도로 먹을 수 있다더냐. 나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마침내 아들을 죽여서 그 살을 먹지는 못하겠도다’라고 하였다.
수사제가 부왕에게 간(諫)하기를, ‘부왕이시여, 이제 혹시 아들의 목숨을 끊는다 하더라도 피와 살이 썩고 문드러져서 며칠 가지 못하리니, 오직 원컨대 부모님께서는 아들의 몸을 죽이지도 마십시오. 한 가지 소원이 있으니, 만약 어기신다면 인자한 부모가 아니실 것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부왕이 태자에게 말하기를, ‘너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리라. 소원이란 무엇이냐. 빨리 말을 하라’고 하자, 수사제가 말하기를, ‘부모님께서는 이제 아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날마다 칼을 가지고 저의 몸에서 세 근(斤)의 살을 베어 세 몫으로 나누십시오. 두 몫은 부모에게 받들어 올리겠으며, 한 몫은 도로 제가 먹어서 몸과 목숨을 잇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 부모는 곧 아들의 말을 따라서 세 근의 살을 베어 세 몫으로 나누어 두 몫은 부모가, 한 몫은 자신이 먹고서 몸과 목숨을 지탱하며 앞으로 길을 나아갈 수 있었다.
아직 닿기에는 이틀이 더 있어야하는데 몸의 살은 차즘 다하여 몸과 뼈마디와 골수가 서로 맞닿아졌으므로 남아 있는 목숨이 아직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곧 땅에 쓰려졌느니라.
그러자 부모가 곧 나아가 얼싸안고 소리 높여 크게 통곡하다가 다시 소리를 내어 말하기를, ‘우리들이 무정하였도다. 너의 살을 멋대로 먹어 너를 괴롭게 하는구나. 앞길은 아직도 멀어서 있을 곳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는데, 너의 살도 이미 다했으니, 이제는 목숨을 나란히 하여 한군데에 시체나 모아 두자’라고 하였다.
수사제가 조그마한 소리로 간하기를, ‘이미 저의 살을 잡수고서 여기까지 이르셨습니다. 앞길의 이수(里數)를 헤아리건대, 하루가 남아 있습니다. 저의 몸은 이제 움직일 수 없으므로 여기에서 목숨을 버리겠지만, 부모님들께서는 이제 범인(凡人)들처럼 목숨을 한군데에 나란히 하지 마십시오. 우러러 한 말씀드릴 것이니, 불쌍히 여기시어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몸의 마디들 사이에서 남은 살을 깨끗이 발라내어 부모님이 잡수신다면 계실 곳까지는 도달 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 부모들은 그의 말을 따라 몸의 뼈마디에서 다시 적은 살들을 발라내어 세 몫으로 나누어서 한 몫은 아들에게 주고 두 몫은 자신들이 먹었느니라.
먹기를 마치자 부모들은 이별하고 떠나갔는데, 수사제가 일어나서 부모를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부모는 그 때에 소리 내어 크게 통곡하면서 길을 따라 떠나갔느니라.
부모가 멀리 떠나가서 보이지 않자, 수사제태자는 부모를 그리워하며 잠깐도 눈을 떼지 않다가 한참 동안 땅에 쓰러져 있었는데, 몸에서는 그 때에 새 피와 살의 냄새로 시방에 있던 모기와 등에들이 냄새를 맡고 와서 몸 위에 달라붙어 온몸을 쪼아 먹었으므로, 심한 고통은 다시 말로 할 수 조차 없었느니라.
태자는 남아 있는 목숨이 아직은 끊어지지 않았는지라 소리 내어 서원을 세우기를, ‘전생의 재앙과 악은 이로부터 없어져 다하소서. 지금으로부터 다시는 감히 짓지 않겠나이다. 이제 저는 이 몸으로써 부모에게 공양하여 그 소중한 것으로 구제하였사오니, 원컨대 저의 부모는 언제나 열 한 가지의 여복(餘福)을 얻으시어 누워서 편안하고 깨어서 편안하며 나쁜 꿈을 꾸지 않고 하늘이 보호하며 사람이 사랑하여 벼슬아치와 도적의 음모가 스러져 없어지고 일마다 좋고 상서로우소서. 남은 몸의 살과 피는 이 모기와 등에들에게 보시하노니, 모두가 배가 가득 부르게 되어 나에게 오는 세상에서 부처를 이룰 수 있게 하라. 부처를 이루었을 때에는 법의 밥으로써 그대들의 배고프고ㆍ목마르고ㆍ나고ㆍ죽으며 중한 병을 없애 주리라’라고 하였느니라.
이 서원을 세울 때에 하늘과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해는 밝은 빛이 없어졌으므로 여러 날짐승ㆍ길짐승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으며 큰 바다의 파도가 움직이고 수미산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도리천의 여러 하늘에 이르기까지 역시 다 크게 움직였느니라.
때에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욕계의 여러 하늘들을 거느리고 염부제에 내려가서 수사제태자가 겁을 먹게 하려고 변화로 사자와 범과 이리들의 무리가 되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며 땅을 허비적거리고 크게 으르릉거리면서 파도가 솟구치듯 뛰어 와서 움키며 깨물려고 하였느니라.
그 때에 수사제는 여러 짐승들이 큰 위세를 떨침을 보고 작은 소리로 말하기를, ‘너희들이 나를 잡아먹고 싶으면 뜻대로 잡아먹어라. 무엇 때문에 두렵게 하느냐’라고 하므로, 하늘 제석이 말하기를, ‘나는 사자와 범과 이리가 아니요, 바로 하늘의 제석인데 일부러 와서 그대를 시험한 것이오’라고 하였다. 태자가 천왕 제석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는지라, 천왕 제석이 태자에게 물었느니라.
‘그대는 버리기 어려운 것도 능히 버리어 몸의 살과 피로써 부모에게 공양하였으니, 이와 같은 공덕으로 하늘에 나서 마왕(魔王)이 되고 범왕(梵王)이 되고 천왕(天王)이 되거나 인간의 왕이 되며 전륜성왕 되기를 원하는 것이오.’
수사제가 천왕 제석에게 대답하기를, ‘저는 또한 하늘에 나서 마왕이 되거나, 범왕과 천왕이거나 인간의 왕이며 전륜성왕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여 일체 중생들을 제도해 해탈시키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천왕 제석이 말하기를, ‘그대는 크게 어리석도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오래도록 고통을 받은 뒤에야 이룰 수 있는 것인데, 그대가 어떻게 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하니, 수사제가 천왕 제석에게 말하기를, ‘설령 쇠바퀴를 녹여서 내 정수리에 들이 붓는다 하더라도 끝내 이 고통 때문에 위없는 도(道)에서 물러나지는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천왕 제석이 말하기를, ‘그대는 거짓말 하지 말라. 누가 마땅히 그대를 믿겠소’라고 하자, 수사제는 곧 서원을 세우기를, ‘만약 제가 천왕 제석을 속였다면 제 몸의 상처가 끝끝내 합하여지지 말 것이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의 몸이 평소대로 회복되어 본래와 같이 되며 피는 도리어 희어져 젖이 되게 하옵소서’라고 하니, 즉시 몸은 평소대로 회복되어 예전과 같이 되었고 피는 곧 하얀 젖이 되었으며 몸의 형용은 단정하기가 평소의 갑절이나 되었다.
일어나서 천왕 제석에게 땅에 엎드려 발에 예를 올리니, 그 때에 천왕 제석이 곧 찬탄하기를, ‘장하고 장합니다. 저는 그대에게 미치지 못하겠습니다. 그대는 힘써 나아가길 용맹스럽게 하여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머지않아 얻겠습니다. 만약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면 먼저 나를 제도하여 주십시오’라고 하고서, 천왕 체석은 공중에서 없어져 나타나지 않았느니라.
그 때 왕과 부인은 이웃 나라에 도달할 수 있는데, 그 나라의 왕이 멀리까지 나와서 받들어 영접하고 필요한 것을 주되 뜻에 맞게 주었느니라.
대왕이 그 나라 왕에게 앞서 있었던 일의 인연으로 자기 아들이 몸의 살로 부모에게 효도로써 봉양함이 이와 같았음을 말하니, 그 때에 그 이웃 나라 왕은 이 말을 듣고서, 수사제태자가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려 몸의 살과 피로써 부모를 공양하되 효도로써 봉양함이 그와 같았음에 감격하고, 그의 사랑과 효도에 감동하여, 곧 네 가지 병사를 집합시켜 도리어 그 왕에게 주어서 나후를 정벌하게 하였느니라.
대왕은 곧 네 가지 병사를 거느리고 길을 따라 돌아오다가 수사제태자와 이별하였던 곳에 이르러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의 아들은 역시 죽었으리라. 이제 몸의 뼈를 거두어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겠구나’ 하고는, 소 리 내어 슬피 통곡하면서 길을 따라 찾았는데, 멀리서 그의 아들의 몸이 평소대로 회복되고 단정함이 보통보다 갑절이 되었음을 보고, 곧 나아가서 얼싸안고 슬픔과 기쁨이 엇섞이어 태자에게 말하기를 ‘네가 아직 살아있구나’라고 하였다.
수사제가 자세히 위의 일들을 부모에게 말하였더니, 부모는 기뻐하면서 큰 코끼리를 같이 타고 본국을 돌아갔으며, 수사제는 복과 덕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토벌하여 본국을 되찾고 곧 수사제태자가 왕이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부왕이 바로 지금 현재 나의 부왕이신 수두단(輸頭檀)이요, 그 때의 어머니는 바로 지금 현재 나의 어머니이신 마야(摩耶)부인이요, 그 때의 수사제태자는 바로 지금 나의 몸인 석가여래이며, 그 때의 천왕 제석은 바로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이니라.”
이와 같이 부모에게 효도로써 봉양하던 품을 말씀하실 때에, 대중들 가운데 20억 보살들이 모두가 말하기를 즐기는 말솜씨[樂說辯才]를 얻어서 일체를 이롭게 하였고, 또 12만억 보살들은 모두 생멸함이 없는 법의 지혜[無生法忍]를 얻었으며, 또 시방에서 온 미세한 티끌만큼 많은 수가 모두 다라니문(門)을 얻었고, 또 황하의 모래와 같은 미세한 티끌 수만큼 많은 여러 성문과 연각들이 2승(乘)의 마음을 버리고 1승을 마쳤으며, 다시 미세한 티끌 수만큼 많은 우바새와 우바이들이 혹 첫 번째 과위와 두 번째 과위를 얻기도 하였으며, 다시 백천의 사람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다시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듯한 따위가 혹은 보리의 마음을 내기도 하였고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내기도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이와 같이 일체 중생들을 위하기 때문에 행하기 어려운 고행으로 부모에게 효도로써 봉양한 것이니, 몸의 피와 살로써 부모에게 공양하였던 그 일이 이와 같으니라.”
일체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듣고는 저마다 수승한 이익을 얻고서 기뻐하며 예를 올리고 오른편으로 돈 뒤에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