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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불모출생삼법장반야바라밀다경(佛說佛母出生三法藏般若波羅蜜多經)제18권

행성 2009. 6. 20. 15:32
불모출생삼법장반야바라밀다경(佛母出生三法藏般若波羅蜜多經)제18권


시호(施護) 한역 이미령 번역



19. 심심의품 ②

이 때 존자 사리자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자씨보살마하살은 이미 깊고 깊은 지혜를 얻었으며 긴 밤 동안에 부지런히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사리자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이와 같은 생각을 일으키는가? 그대는 스스로의 법 중에서 볼 수 있는 법이 있기에 아라한과를 취하여 증득하는가?”
사리자가 아뢰었다.
“볼 수 있는 법이 없으며 증득할 바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 또한 이와 같다. 비록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더라도 수기를 얻을 만한 법이 없으며,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법도 없다. 그러므로 깊고 깊은 상(相)을 취하는 법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힘을 갖추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나는 법에 있어 얻을 바도 없고 증득할 바도 없다. 여기에서 이치대로수행하고 익히며 상응한다.’
만약 이와 같이 행한다면 이것이 바로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다.
또한 사리자여, 보살마하살은 만일 사나운 맹수들 속에 있어도 놀라거나 두려움을 일으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살은 모든 것을 이미 능히 버렸기 때문이며 널리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짓기 때문이다. 이 보살은 이 때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만일 온갖 맹수들이 나를 잡아먹고자 한다면 나는 마땅히 베풀어 줄 것이니, 원하건대 나는 마땅히 보시바라밀다를 원만하게 얻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이 갈 수 있을지어다.’
이와 같이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불국토는 청정해져서 그 국토에는 온갖 악충이나 맹수나 소나 가축 등의 무리들이 없고 모든 중생들이 서로 잡아먹지 않게 된다.
또한 사리자여, 보살마하살이 만일 원수들 속에 있을 때에도 놀라거나 두려움을 일으키지 않나니, 왜냐하면 보살은 모든 소유 나아가 자기의 몸에 이르기까지 이미 다 버렸고 인색하거나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보살은 이 때 이렇게 생각한다.
‘만약 모든 원수들이 서로 찾아와서 빼앗아 간다면 나는 모든 소유물을 그들이 원하는 대로 다 주어야겠다. 나아가 나의 목숨을 빼앗더라도 또한 화내거나 원한이나 악한 마음을 품지 말아야겠다. 그리하여 몸의 업을 일으키지 않고 입의 업을 내지 않으며 뜻의 업을 내지 않아서 이 세 가지 업에서 모든 허물을 떠나며, 원하건대 나는 마땅히 지계바라밀다와 인욕바라밀다를 원만하게 얻어서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이 갈 수 있을지어다.’
이와 같이 부지런히 정진하여서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불국토는 청정해져서 온갖 원수나 다른 사악함이 있지 않게 되고 저 중생들은 서로 빼앗지 않게 될 것이다.
또다시 사리자여, 보살마하살이 만약 물이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어도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갈증을 없애 주는 법을 잘 설하기 때문이니, 보살은 이 때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널리 설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갈애(渴愛)를 없애어 마음의 청정함을 얻게 해야만 한다. 설령 나의 이 몸이 갈증에 핍박받아서 목숨을 마치더라도 나는 다른 세계에 다시 태어나 또다시 그곳의 모든 중생에게 대비심을 일으키며 생각하기를, (이 모든 중생은 복덕이 엷기 때문에 다시 이 물이 없는 고통 속에 태어났다. 내가 때로 모든 중생을 위하여 갈증을 없애주는 법을 설하리라)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견고하고 부지런히 정진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원하건대 내가 마땅히 정진바라밀다를 원만하게 얻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이 갈 수 있을지어다.’
이와 같이 부지런히 정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불국토는 청정해지고 그 국토의 중생들은 목마르는 일이 없으며, 저 모든 중생은 복덕을 갖추어서 저절로 여덟 가지 공덕수(功德水)가 생겨나 적열(適悅)해지고 충족해진다.
또다시 사리자여, 보살마하살이 만약 굶주림의 고통에 처해 있어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살은 정진의 갑옷을 입고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나니, 이 보살이 이 때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이 중생들이 굶주림의 고통을 받으니 참으로 불쌍하구나. 원하건대 나는 마땅히 선정바라밀다를 원만하게 얻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다가갈 수 있을 지어다.’
이와 같이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불국토는 청정해지고 그 국토의 중생들은 굶주림의 괴로움이 없으며,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얻어서 적열하여 쾌락해진다. 비유하면 삼십삼천이 자재롭게 쾌락을 누리며 모든 원하는 것이 마음먹는 대로 곧 나타나는 것과 같이, 원하건대 나는 마땅히 다음 생에 저 국토의 중생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즐거움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하리라 생각하여 언제나 몸과 마음을 청정하고 바른 생활로 견고하며 삿되게 생활하지 않을 것이고 마음은 고요함에 머물고 모든 산란함을 떠날 것이다.
또다시 사리자여, 보살마하살은 만약 질병의 어려움에 처해 있어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살은 이미 여기에는 병이 걸릴 만한 법이 없음을 능히 사유하고 관찰하였기 때문이다. 이 보살이 마땅히 이 때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이 중생은 온갖 병의 괴로움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불쌍하구나. 원하건대 내가 마땅히 지혜바라밀다를 원만하게 얻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다가갈 수 있을 지어다.’
이와 같이 부지런히 정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불국토는 청정해지고 그 국토의 중생은 모든 병의 괴로움을 떠난다.
사리자여, 보살마하살이 만일 이와 같이 뭇 행을 부지런히 닦는다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또한 사리자여, 보살마하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오래도록 수행하고 익혀야지만 성취할 수 있다는 마음을 내어서는 안 된다. 또 여기에서 놀라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세계의 전제(前際)는 바로 구원(久遠)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보살의 마음이 찰나에 상응하면 비록 구원이라고 할지라도 구원이 아닌 것이니,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난행상(難行想)을 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마땅히 구원이라는 생각을 일으켜서는 안 되며, 또다시 여기에서 물러나서는 안 된다.
또 사리자여,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법과 다른 법을 보거나 들어도 놀라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되나니, 이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견고하게 정진을 발하여 설해진 대로 배우고 설해진 대로 행하면, 곧 반야바라밀다를 얻어 원만하게 상응할 것이다.”
이 때 모임 중에 앙아데바(昻誐禰縛)라는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갔다.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서 합장하고 공경하며 부처님 발에 공손히 절을 한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들은 법과 같이 저는 여기에서 놀라거나 두려움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미래세에 저는 또한 마땅히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은 법을 설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뒤에 가지고 있던 금꽃을 부처님 위로 뿌렸다. 그러자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인하여 그 꽃은 저절로 허공 중에 머물렀다.
이 때 세존께서 금색의 깨끗하고 미묘한 빛을 놓으셔서 한량없고 가없는 모든 국토를 두루 비추셨으며, 나아가 범계(梵界)까지 광대하게 비추셨다. 그 빛은 다시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나서 다시 세존의 정수리를 따라 거두어졌다.
그러자 존자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이런 광명을 놓으셨습니까? 모든 부처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는 인연 없이 빛을 놓으시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지금 이 앙아데바 여인은 이 몸이 끝난 뒤에 마땅히 남자의 몸을 얻어서 묘락(妙樂)세계 아촉불의 국토에 전생(轉生)하게 될 것이다. 그 여래・응공・정등정각의 처소에서 공경하고 공양하며 범행을 수행하고 지닐 것이며, 그곳에서 죽은 뒤에는 다시 다른 곳의 모든 불국토에 태어날 것이다.
이와 같이 한 불국토에서 다른 불국토에 이르기까지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모든 부처님을 떠나지 않으며, 언제나 우러러 예배하고 가까이 모시며 공양할 것이다. 비유하면 전륜성왕의 존귀함이 자재하여 한궁전에서 다른 궁전에 이르도록, 태어나서 마칠 때까지 발로 땅을 밟지 않는 것처럼 지금의 이 여인도 마찬가지이다.
한 부처님 국토에서 다른 부처님 국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처님을 떠나지 않고 나아가 미래세의 성수겁(星宿劫) 동안에 마땅히 부처를 이루게 될 것이니, 명호는 금화(金華) 여래・응공・정등정각・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으로서 세간에 출현하게 될 것이다.”
그러자 존자 아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여인이 장차 부처를 이룰 때 그 국토에 있는 무리들의 모임과 여러 보살 등은 모든 부처님의 모임 등과 차이가 없을까?’
이 때 세존께서 저 아난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아라. 이 앙아데바 여인이 부처를 이루고 난 뒤에 그 불국토에 있는 모든 보살과 성문 무리의 모임은 그 수가 참으로 많을 것이니, 헤아릴 수 없고 가없고 칭량하여 계산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부처님의 모임 등과 차이가 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아난이여, 저 불국토에 있는 모든 중생들은 안온하고 쾌락하며 온갖 사악한 맹수나 도적이나 굶주림이나 온갖 나쁜 병이나 번민이나 목마름과 같은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언제나 모든 두려움을 떠날 것이다. 아난이여, 이 금화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능히 이와 같은 공덕을 이룰 것이다.”
그러자 존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앙아데바 여인이 제일 먼저 어떤 부처님 세존의 처소에서 보리심을 내고 여러 선근을 심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이 앙아데바 여인은 제일 먼저 저 연등(燃燈) 여래・응공・정등정각의 처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다. 이 때 나는 연등 여래・응공・정등정각의 처소에서 다섯 송이의 우담발화를 공양 올렸었다. 내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했을 때 저 연등여래께서는 나의 선근이 성숙하자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미래세에 부처를 이룰 것이니 명호는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등정각・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아난이여, 이 때 이 여인은 그 부처님의 모임에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주시는 것을 듣고 곧 가지고 있던 금꽃을 또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꽃을 공양하고 난 뒤에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장하구나. 이 선남자가 오늘 수기를 얻었다. 원하나니 나도 장차 기별을 받을 때에 또한 오늘 이 사람과 같아서 다름이 없을지어다.’
아난이여, 그러므로 이 앙아데바 여인은 아주 오래전에 보리심을 일으켰음을 알아야 한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지금 이 여인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행을 수행하고 익혔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바로 그렇다. 지금 이 여인은 이미 오래도록 아뇩다라삼먁삼보리행을 수행하고 익혔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주는 것이다.”


20. 선교방편품(善巧方便品) ①

이 때 존자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고자 할 때에는마땅히 어떻게 공(空)을 배워야 하며, 어떻게 공삼매(空三昧)에 들어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색의 공함을 관해야 하고, 수・상・행・식의 공함을 관해야 한다. 마땅히 산란하지 않는 마음으로 모든 법이 공하며 있는 바가 없음을 잘 관찰해야 한다. 모든 법이나 모든 법의 성품이나 모두가 볼 수가 없다. 비록 다시 이와 같이 법의 성품이 공함을 관한다고 하더라도 마땅히 이 속에서 공의 실제(實際)를 증득해서는 안 된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보살마하살이 마땅히 공을 증득하지 않는다면 세존이시여, 보살은 공삼매에 머물고 있는데 어떻게 또한 공을 증득하지 않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은 비록 모든 상에 있어서 공을 관하는 것을 구족한다고 하더라도 다만 공을 수행하고 익히는 것이지 공을 취하여 증득해서는 안 된다. 저 보살이 이와 같이 관할 때에는 마땅히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금 다만 이것을 배울 때이지 증득할 때는 아니다.’
그러므로 삼마희다(三摩呬多)에 머물지 않으며 마음을 연(緣) 가운데에 묶어서 깊이 거두지 않는다.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다의 힘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비록 공을 증득하지 않는다 해도 보리분법(菩提分法)에서 물러나거나 잃어버리지 않으며, 또한 번뇌를 다하지 않고도 적멸한 마음에 머문다.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은 비록 공삼매해탈문을 행하더라도 공을 증득하지는 않는다.
비록 무상(無相)삼매해탈문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역시 무상을 증득하지 않으며 유상(有相)에 머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의 지 혜는 깊고 깊으며 선근을 갖추었으므로 이렇게 능히 생각한다.
‘지금은 이것을 배워야 할 때이며 증득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비록 다시 공을 관하더라도 걸림을 받지 않으며 비록 공삼매에 머문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공의 실제를 증득하지 않으니 반야바라밀다의 힘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고 반듯하며, 가장 으뜸가고 용맹스럽게 정진하며, 견고하고 부유하며, 즐거움이 자재롭고 자기와 다른 사람의 말에 뜻과 이익됨이 있고, 말솜씨가 걸림이 없고 지혜가 밝고 분명하며, 때를 알고 방위를 알고 향할 곳의 처소를 알며, 행하는 바가 선과 악에 통달하였고 산술 등을 명쾌하게 풀며, 모든 기악과 기술을 능히 성취하였고 용맹하고 건강하며, 힘이 넘쳐서 능히 적군을 쳐부수며, 나아가 세간의 모든 갖가지 일에 환히 아니 사람들이 좋아하고 우러러보고 친근하고 존중하며 공경한다. 이 사람이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모든 곳을 향하면 모두 커다란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 마음과 뜻이 잘 조절되고 부드러우며 적열하고 유쾌해진다.
이 사람이 한때 작은 인연이 있어 자신의 부모와 처자와 권속을 거느리고 황량한 들판의 아주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험한 길을 지나갈 때였다. 거기에는 비인(非人)의 도적떼들이 있었는데, 이 때 여러 권속들은 모두 놀래서 털이 곤두서고 두려움에 떨었지만, 이 사람은 곧 부모와 권속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다.
‘그대들 권속들이여, 놀라거나 떨지 말라. 내게는 방편이 있어 능히 안락하게 모든 험한 길을 지나가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곧 갖가지 날카로운 무기를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들어냈다. 그들이 이 권속들을 보호하여 험한 길을 지나가게 하자 그곳에 있던 도적의 비인들이 모두 흩어져서 그의 권속을 괴롭히지 못하였다. 저 모든 권속들이 이 험난한 곳을 모두 지난 뒤에 안락하고 길상스럽게 그 향하던 주(州)나 성이나 취락에 도착하였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지혜가있고 가장 뛰어났으며, 용맹하였고 큰 힘을 성취하였으며, 견고하고 물러나지 않아서 저 도적 등이 능히 해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보살마하살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고 이롭게 하고 사랑하며 언제나 자・비・희・사의 4무량행(無量行)을 행하고 반야바라밀다 힘의 보호를 받는 까닭에 선교방편을 갖추는 것이다. 모든 선근으로써 일체지에 회향하나니 비록 공(空)・무상(無相)・무작(無作) 삼매해탈문을 닦는다고 하더라도 실제를 증득하는 것은 아니다. 보살마하살은 모든 번뇌와 번뇌분(煩惱分)을 넘어서며, 모든 악마와 악마를 돕는 자를 넘어서며, 성문지와 연각지를 넘어서며, 삼매에 머물며, 또한 번뇌를 다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은 모든 힘을 갖추었고 정진하며 견고하고 반야바라밀다 힘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보살은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고 널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한다. 또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을 연하여 자심삼매(慈心三昧)에 들어가며, 또한 가장 으뜸가는 무연자삼매(無緣慈三昧)에 들어가서 가장 으뜸인 바라밀다를 수행하고 익힌다.
또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이 비록 공삼매해탈문을 행할지라도 여기에서 무상을 증득하지 않고 유상에 떨어지지도 않는다. 수보리여, 비유하면 마치 허공을 날아가는 새가 대지에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비록 공중을 가더라도 공중을 의지하지 않으며 또한 공중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보살마하살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비록 공을 행하고 공을 배우며, 무상을 행하고 무상을 배우며, 무작을 행하고 무작을 배우고, 아직 불법을 구족하지 못하였어도 끝내 공・무상・무작에 떨어지지 않는다.
수보리여, 또 어떤 사람이 활 쏘는 법을 가르치는 스승에게 활 쏘는 법을 배우고, 배운 뒤에는 정진하여 익혀서 더욱 교묘해진다. 이 때 허공에 대고 활을 쏘면 첫 번째 화살을 쏜 뒤에 뒤의 화살을 곧 쏘는데 화살과 화살이 서로 시위대를 떠나도 마음먹은 대로 멀고 가깝게 날아가면 서 이 화살이 떨어지지 않나니, 보살마하살 또한 다시 이와 같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선근을 성취하고자 하여 반야바라밀다의 힘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만일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선근을 성취하지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끝내 실제를 취하거나 증득하지 않는다. 나아가 선근을 이루고 난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원만해진다. 이 때 보살은 곧 실제를 증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나 반야바라밀다를 닦을 때에는 마땅히 이와 같이 모든 법의 깊고 깊은 참다운 모습을 잘 관찰해야 하나니, 비록 다시 관찰하고 난 뒤에라도 취하거나 증득해서는 안 된다.”
이 때 존자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이루는 바는 참으로 어렵고 가장 으뜸가게 어렵습니다. 비록 공을 행하고 공을 배우고 공삼매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공의 실제를 증득하지 않아야 하나니 세존이시여, 참으로 희유하기 그지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존자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바로 그렇다. 보살마하살이 비록 공을 행하고 공을 배우고 공삼매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 중간에 공의 실제를 증득해서는 안 되나니, 이것은 참으로 어렵고 가장 으뜸가게 어려우며 이것은 드문 일이고 가장 으뜸가게 드문 일이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저 보살은 ‘나는 마땅히 모든 중생을 제도하리라.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겠다’라는 가장 훌륭하고 커다란 원을 내기 때문이다.
보살이 이런 원을 낸 뒤에 곧 공삼매해탈문・무상삼매해탈문・무작삼매해탈문에 든다. 보살이 비록 이런 모든 해탈문에 든다고 할지라도 그 도중에서 실제를 취하거나 증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보살이 선교방편의 힘의 보호를 이미 받기 때문에 능히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는다. 아직 불법을 구족하지 못하여도 끝내 공의 실제를 증득하지 않는다.’
또다시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이 깊고 깊은 공의 성품에 들고자 한다면 이른바 마땅히 공삼매해탈문・무상삼매해탈문・무작삼매해탈문에 들어야 하나니, 보살이 만일 이런 갖가지 삼매해탈문에 들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와 같은 마음을 내어야 한다.
‘모든 중생은 길고 긴 밤 동안 중생상(衆生相)에 집착하여 얻는 견해가 있으나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뒤에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널리 설하고 이 상을 끊어 없애도록 하여야겠다.’
그리고 나서 곧 공삼매해탈문・무상삼매해탈문・무작삼매해탈문에 든다. 보살은 이와 같은 마음과 앞서의 방편의 힘 때문에 모든 삼매 속에서 실제를 취하거나 증득하지 않는다. 또한 자・비・희・사를 줄어들게 하지 않고 모든 삼매법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보살은 이미 선교방편의 힘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모든 선법이 더욱 늘어나고 모든 근(根)이 예리해지며 모든 힘[力]과 각도(覺道) 또한 모두 다 증익된다.
또다시 수보리여, 또한 보살마하살이 만약 공삼매해탈문에 들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와 같은 마음을 내어야 한다.
‘모든 중생은 길고 긴 밤 동안에 아상(我相)에 집착하여 얻은 바가 있다.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미 얻은 뒤에는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널리 설하여서 아상을 끊어 없애도록 하리라.’
그리고 곧 공삼매해탈문에 들어간다. 보살은 이와 같은 마음과 앞서의 방편의 힘 때문에 실제를 증득하지는 않으나, 또한 자・비・희・사를 줄어들게 하지 않고 모든 삼매법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보살이 이미 선교방편의 힘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더욱 모든 선법이 늘어나고 모든 근이 예리해지며 모든 힘과 각도 또한 모두 다 증익된다.
또다시 수보리여, 또 보살마하살이 만약 무상삼매해탈문에 들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와 같은 마음을 내어야 한다.
‘모든 중생은 길고 긴 밤 동안에 모든 유상(有相)을 내어서 상을 취하며 생각한다.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미 얻은 뒤에는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널리 설하여서 유상을 끊어 없애도록 하리라.’
그리고 곧 무상삼매해탈문에 들어간다. 보살은 이와 같은 마음과 앞서의 방편의 힘 때문에 실제를 증득하지는 않으나 또한 자・비・희・사를 줄어들게 하지 않고 모든 삼매법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보살이 이미 선교방편의 힘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더욱 모든 선법이 늘어나고 모든 근이 예리해지며 모든 힘과 각도 또한 모두 다 증익된다.
또다시 수보리여, 또한 보살마하살이 만약 무작삼매해탈문에 들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와 같은 마음을 내어야 한다.
‘모든 중생은 길고 긴 밤 동안에 항상하다는 생각과 즐겁다는 생각과 나라는 생각과 깨끗하다는 생각에 집착하여 이와 같은 갖가지 뒤바뀐 생각을 일으키니, 이것이 바로 짓는 상[所作相]이다.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미 얻은 뒤에는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널리 설하리니, 이른바 이것은 무상한 것이지 항상한 것이 아니고, 이것은 괴로운 것이지 즐거운 것이 아니고, 이것은 내가 아닌 것이지 나인 것은 아니고, 이것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지 깨끗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하여 마땅히 항상하다는 생각과 즐겁다는 생각과 나라는 생각과 깨끗하다는 생각을 끊어 없애도록 하여 짓는 상을 떠나게 하리라.’
그리고 곧 무작삼매해탈문에 들어간다. 보살은 이와 같은 마음과 앞서의 방편의 힘 때문에 실제를 증득하지는 않으나 또한 자・비・희・사를 줄어들게 하지 않고 모든 삼매법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보살이 이미 선교방편의 힘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더욱 모든 선법이 늘어나고 모든 근이 예리해지며 모든 힘과 각도 또한 모두 다 증익된다.
또한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마음을 낸다.
‘모든 중생은 오랜 밤 동안에 모든 유상(有相)에 집착하나니 이른바 앞서도 얻는 바가 있음[有所得]을 행하고 지금도 얻는 바가 있음을 행한다. 앞서도 항상하다는 생각을 행하고 지금도 항상하다는 생각을 행하며, 앞서도 뒤바뀐 행을 행하고 지금도 뒤바뀐 행을 행하며, 앞서도 화합이라는 생각을 행하고 지금도 화합이라는 생각을 행하며, 앞서도 참답지 않은 생각을 행하고 지금도 참답지 않은 생각을 행한다. 앞서도 삿된 견해를 일으키고 지금도 삿된 견해를 일으키며, 앞서도 모든 허물의 행을 짓고 지금도 모든 허물의 행을 짓는다. 이와 같이 모든 중생은 언제 어디에서든지 이와 같은 행을 짓는다. 나는 반야뱌라밀다의 힘의 보호를 받는 까닭에 선교방편을 갖추었다. 이와 같이 부지런히 정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는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은 법을 설하리라. 그리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법의 깊고 깊은 참다운 모습에 들어갈 수 있게 하리니, 이른바 공(空)・무상(無相)・무원(無願)・무작(無作)・무기(無起)・무생(無生)・무성(無性)이다.’
수보리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마음을 내면 이와 같은 지혜를 구족하리니 도리어 일으키거나 짓는 법에 다시 떨어져 삼계에 가서 머문다고 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또한 수보리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상응하는 행을 닦으려면 마땅히 다른 보살에게 물어야만 한다.
‘만약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어떻게 공을 배우고 마땅히 어떤 마음을 일으켜야지만 곧 공에 들어갈 수 있고 공을 증득하지는 않으며, 무상・무원・무작・무기・무생・무성에 들어갈 수 있고, 무상과 내지 무성을 증득하지는 않는 것인가? 그러면서도 능히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고 익히는가?’
만일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자 한다면 다만 공을 생각해야만 하고 무상・무원・무작・무기・무생・무성을 생각해야만 한다’라고 말한다면, 이런 답을 한 사람은 바로 모든 중생을 버리고 떠나는 자이며 아직 능히 선교방편을 구족하지 못한 자이다.
마땅히 알아라. 이 보살은 아직 먼저 세상의 부처님 여래・응공・정등정각의 처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받지 못한 자이고, 아직 불퇴전지에 머물지 못한 자이다. 왜냐하면 이 보살은 능히 불퇴전보살마하살의 불공상(不共相)을 널리 설하지 못하며, 능히 그 묻는 법에 대해서 바르게 나타내고 바르게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마땅히 어떤 자가 바로 불퇴전보살마하살이라고 알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마땅히 알아라. 저 불퇴전보살마하살이란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의 법문에 대해서 듣거나 듣지 못하거나 간에 질문을 받는 것에 따라 모두 능히 그 속에서 올바르게 나타내고 올바르게 답할 줄 아는 자이다. 이런 모습을 갖춘 자가 바로 불퇴전보살마하살인 것이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보리를 많이 행하고도 바르게 답하는 일이 적을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그는 불퇴전에 조금만 머무는 자이니 그러므로 능히 바르게 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보리여, 만일 불퇴전에 이미 머물렀다면 그는 능히 바르게 답할 것이다. 마땅히 알아라. 이 보살은 선근이 밝고 깨끗하며 방편을 갖추었다. 모든 세간과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이 그를 능히 움직이거나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다. 이 보살이 모든 법은 꿈과 같음을 잘 관찰하고서 그 속에서 실제를 증득하지 않는다면, 수보리여, 마땅히 알아라. 이것이 바로 불퇴전보살마하살의 모습인 것이다.”